암 이겨낸 50, 70대 주부 2명 몽블랑 정복하다

입력 2009-07-08 03:04수정 2009-09-22 0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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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4810m 몽블랑 정상” 암을 이겨낸 주부 2명이 참여한 몽벨리스트 원정대가 유럽 최고봉 알프스 몽블랑 정상 등정에 성공했다. 6일 정상을 100m 앞두고 원정대원들이 칼날 능선을 걷고 있다. 몽블랑=박영대 기자
몽벨리스트 원정대 참여 “등산이 치료제… 나이도 거꾸로 먹어요”

밭은 숨을 내뱉으며 고도계를 들여다봤다. 해발 4810m, 여기가 유럽의 최고봉 몽블랑 정상이다. 5일 오전 10시 몽블랑 산악열차의 종착역인 해발 2372m 니데글에서 출발해 18시간의 사투 끝에 2500m를 올랐다. 20kg에 가까운 배낭은 두 어깨를 짓눌렀고 고소증으로 머리는 조일 듯이 아팠다.

암을 이겨낸 주부 2명이 참여한 몽벨리스트 원정대가 알프스 몽블랑 정상 등정에 성공했다. 황국희 씨(71)와 김영희 씨(56), 두 사람의 몽블랑 등반은 병마를 딛고 일어선 인간승리다.

황 씨는 53세 때 자궁암 수술을 받았다. 수술 후 본격적으로 산을 타기 시작해 11년 전에는 암벽등반과 빙벽등반 기술까지 익혔다. 20년 가까이 오른 산이 400개가 넘는다. 신체 나이가 48세로 그야말로 몸은 나이를 거꾸로 먹고 있다. ‘할 수 있는 일이나 해야지 하고 싶은 것을 할 나이는 지나지 않았느냐’는 주변의 이야기에 황 씨는 “남이 보면 주책없다고 할 수도 있지만 어리석은 후회 대신 용기 있는 도전을 택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 씨는 9년 전 유방암 수술을 받았고 3년 만에 다시 재발한 암을 극복하기까지 5년 동안 힘든 시간을 보냈다. 암을 이겨낸 비결은 등산이다. 항암치료로 힘든 몸을 이끌고 전국의 산을 찾아다녔다. 그는 “힘들었지만 그냥 잊기 위해 닥치는 대로 올랐던 산이 이제 삶의 가장 큰 행복이다”라고 말했다. 놀랍게도 2005년 검사에서는 재발한 암이 사라졌고 올봄부터는 약도 복용하지 않고 있다.

몽블랑 정상까지 가는 여정은 생각보다 힘들었다. 인천공항을 출발한 지 18시간 만에 몽블랑 등반 기점인 프랑스 샤모니에 도착했다. 다음 날 케이블카를 이용해 해발 3800m 지점인 발레블랑슈에서 고소증을 이겨내기 위해 6시간 가까이 설상훈련을 했다. 3일째 벨뷔에서 산악열차를 타고 도착한 해발 2372m인 니데글에서 본격적인 등반이 시작됐다. 원정대는 추락에 대비해 서로 로프로 묶고 7시간의 악전고투 끝에 정상 도전의 마지막 산장인 구테 산장에 이르렀다.

6일 오전 2시 반 눈길을 따라 정상을 향해 출발했다. 추위와 두통, 졸음이 심해졌다. 다섯 발자국 옮기고 거친 숨을 가다듬으며 멈췄다 올라가다를 반복했다. 마지막 200m의 칼날 능선에서는 위태위태한 순간을 맞아야 했다. 안간힘을 다해 정상에 도착한 시간은 오전 8시 45분. 더 이상 올라갈 곳이 없는 곳에 섰다. 평생 흘릴 눈물과 콧물을 쏟으면서 만년설이 덮여 있는 몽블랑 정상에서 알프스를 가슴으로 품었다.

몽벨리스트 원정대를 이끈 김창호 대장은 “50대를 훌쩍 넘긴 두 분의 의지와 용기 앞에 병마는 ‘오후 한때의 소나기’에 불과한 것 같다. 자신과의 싸움을 통해 아픔을 겪는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어서 올랐던 몽블랑은 당찬 두 어머니의 끝없는 도전의 시작일 것”이라고 말했다.

몽블랑(프랑스)=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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