阿말리에 ‘배움의 희망’ 선물

  • 입력 2009년 6월 5일 03시 00분


‘고맙습니다, 작은 도서관’에서 태권도복을 입은 어린이들이 동화책을 읽고 있다. 아마두 카마라(오른쪽)는 “태권도에 관한 책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바마코=최한규 기자
‘고맙습니다, 작은 도서관’에서 태권도복을 입은 어린이들이 동화책을 읽고 있다. 아마두 카마라(오른쪽)는 “태권도에 관한 책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바마코=최한규 기자
스텝재단 ‘고맙습니다, 작은 도서관’ 49번째 개관

“차렷” “앞차기” “이얍”.

지난달 29일 서아프리카 말리의 수도 바마코 외곽지역 올림프아프리카센터. 하얀 도복을 입은 검은 피부의 어린이 30여 명이 섭씨 40도의 무더위 속에서 태권도 시범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이들은 사범의 서툰 한국어 구령에 맞춰 진지한 표정으로 머리 위까지 발을 차 올렸다. 도복에는 세종태권도, 효성체육관 등의 한글과 태극기가 선명했다.

이날 행사는 유엔세계관광기구(UNWTO) 산하 스텝재단(이사장 도영심)이 마련한 ‘고맙습니다, 작은 도서관’ 개관식. 우리나라에 본부를 두고 있는 재단이 교육을 통해 저개발국가의 빈곤 탈출을 돕자는 취지로 마련한 행사였다. 탄자니아 모잠비크 베트남 등에 이미 도서관을 만들었으며 이번이 49번째.

도서관에는 2000여 권의 책과 컴퓨터 축구공 구급함 문구류 등이 마련됐다. 프랑스어로 된 교과서와 동화책, ‘해와 달이 된 오누이’ ‘재주 많은 다섯 친구’ 등 영어로 번역된 한국 동화책도 보였다. 개관 행사 전부터 호기심 어린 눈으로 도서관 안을 들여다보던 아와 코이타(15)는 “집에는 책이 한 권도 없어요. 이제 마음껏 동화책을 읽을 수 있게 돼 너무 행복해요”라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이날 재단 대표단을 만난 말리의 모디보 시디베 총리는 “한국이 교육에 투자해서 부강한 나라가 되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학교에 다니지 못하는 아이들이 ‘작은 도서관’을 통해 책을 읽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스텝재단 도 이사장은 “중국과 일본은 엄청난 돈을 들여 아프리카 외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작은 도움으로도 이 사람들을 충분히 감동시킬 수 있는데 그게 바로 ‘작은 도서관’ 건립”이라고 강조했다. 하루에 한 끼도 제대로 먹지 못하는 어린이들. ‘작은 도서관’은 바로 가난에서 벗어나 부유한 국가로 변할 수 있다는 한국의 경험을 배우는 ‘희망 도서관’이다.

바마코=최한규 기자 hank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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