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아 누나, 나중에 스케이트 가르쳐주세요”

  • 입력 2009년 5월 11일 02시 57분


김연아 기부금으로 다시 걷게 된 임지영 군

“연아 누나, 고마워요. 나중에 스케이트 타는 법도 가르쳐 주세요.”

9일 서울적십자병원에 입원해 있는 작고 마른 체구의 임지영 군(가명·8)은 피겨스케이팅 김연아 선수(19·고려대)가 3월 어린이 환자를 위해 써달라며 대한적십자사에 기탁한 2000만 원의 첫 수혜자다. 1일 지영 군은 이 돈의 일부로 무릎의 농양 제거 수술을 받았다. 무릎에 생긴 상처에 균이 들어가 고름이 생기는 활액막염이었다. 담당의사인 정형외과 정운 과장(41)은 “곪은 부위가 무릎관절 가까운 곳인 데다 이미 균이 허벅지로 퍼져 자칫하면 다리 한쪽을 못 쓰게 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지영 군은 11일 퇴원한다. 돌아갈 곳은 집이 아닌 서울 서대문구 천연동의 구세군 서울후생원. 6세 때 이곳으로 온 지영 군은 한 살 터울의 형(9)을 비롯해 또래 12명과 같은 방에서 생활하고 있다.

지영 군 형제의 어머니는 몇 년 전 일용직 근로자인 아버지와 결별한 뒤 소식이 끊겼다. 아버지 임 씨는 혼자 키우기 버거워진 두 아들을 데리고 친척 집을 전전하다 결국 대한적십자사로 향했다. 지금은 아버지의 왕래도 뜸하다. 구세군에서 보육교사를 맡고 있는 이보라 씨(28·여)는 “그래도 지영이는 참 밝고 장난기가 넘친다”고 말했다. 실제 학교생활에도 잘 적응해 얼마 전 학급 친구 여럿이 위문편지를 들고 병실을 찾기도 했다.

김 선수는 매니저를 통해 기쁜 마음을 전했다. 김 선수의 매니저 김원민 씨는 “김 선수가 나중에 스케이트도 같이 타고 아이스크림도 먹자는 말을 지영 군에게 전해 달라고 했다”며 “지영 군도 나중에 다른 사람을 돕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도 했다”고 말했다.

김연아 어제 캐나다로 출국

한편 김 선수는 10일 인천국제공항의 명예홍보대사로 위촉됐다. 이채욱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은 “김 선수가 더욱 노력해 한국과 인천공항을 더욱 알려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 선수는 이날 전지훈련 장소인 캐나다로 출국했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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