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눈의 게이샤’ 1년후…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월 16일 02시 58분



사진 제공 아사히신문
사진 제공 아사히신문
호주출신 英박사 그레이엄 씨 여성고객 유치 등 화제

“TV다큐멘터리 만들려고 시작했지만 지금 생활에 만족”


“젊은 일본 여성들이 게이샤 세계에 더욱 관심을 갖고 오키야(置屋·게이샤들이 거주하면서 일하는 집)를 많이 찾아 줬으면 좋겠어요.”

일본 역사상 최초의 백인 게이샤(藝者·전통식 요정에서 춤과 노래 등 기예를 선보이는 기생)로 화제를 모았던 피오나 그레이엄(사진) 씨의 근황을 아사히신문이 14일 소개했다.

‘사유키’라는 이름으로 활동 중인 그는 호주 멜버른 출신으로 영국 명문 옥스퍼드대에서 사회인류학 박사학위를 받은 재원. 2007년 도쿄 아사쿠사(淺草)에서 10개월 동안 게이샤 수련생 교육을 받은 뒤 같은 해 12월 정식 입문했다. 게이샤는 나이를 밝히지 않는 게 전통이다.

사유키는 영국 텔레그래프 등 외신들이 ‘최초의 백인 게이샤’로 소개하면서 하루아침에 세계적인 유명인사가 됐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난 지금, 그는 화려한 기예를 뽐내며 호주에서 온 ‘파란 눈의 게이샤’로 도쿄 화류계에서 자리를 잡았다.

자신의 홈페이지(www.sayuki.net)를 통해 출장 주문을 받는 사유키는 ‘손님이 10명 이상 모인 자리’를 조건으로 요정이나 집안잔치 등 각종 행사에 나간다. 술자리뿐 아니라 점심시간에 여성 고객을 상대로 춤과 노래를 선보이는 ‘사모님 회식자리’도 기획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그는 15세 때 교환학생으로 일본에 유학 오면서 일본과 인연을 맺었다. 게이오대 학부를 거쳐 옥스퍼드대 대학원에서 공부한 뒤 학자로서 일본 전통문화 체험 과정을 TV 다큐멘터리로 제작하기 위해 게이샤가 되기로 결심했다. 그러나 지금은 “한 사람의 게이샤가 되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다”고 밝혔다.

“요정에는 아름다운 건축, 꽃, 전통요리, 춤, 음악, 기모노 등 일본 전통문화가 한데 어우러져 있어요. 게이샤야말로 아름답게 삶을 살아가는 방식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남원상 기자 surre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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