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팔 없는 친구의 손이 되어…

  • 입력 2008년 8월 22일 03시 00분


고교-대학 동고동락 김영태-최홍준 씨 아름다운 우정

“심적으로 힘든 시기에 늘 제 곁에 있어 준 친구 홍준이에게 학사모를 바칩니다.”

22일 열리는 2007학년도 인하대 후기 졸업식에서 학사모를 쓰는 김영태(23·컴퓨터정보공학 전공) 씨는 양팔이 없는 장애인이다.

김 씨는 “고교 시절부터 대학 졸업 때까지 제 옆에서 정상적인 학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 친구 홍준이에게 고마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친구 최홍준(23·섬유신소재공학 전공 3학년) 씨는 2003년 12월 장애인 친구를 돕기 위해 인하대 수시모집에 함께 합격해 화제가 됐다.

이들은 서울 마포고 2학년 때 만났다. 6세 때 감전사고로 양팔을 잃은 김 씨는 남의 도움을 받지 못하면 정상적인 학교생활이 어려웠다.

짝꿍이었던 최 씨는 노트 필기를 대신해 주고 점심시간에는 도시락을 먹여줬다. 체육복을 갈아입거나 화장실에 갈 때도 함께했다.

그러다 이들은 고3 때 “같은 대학에 갔으면 좋겠다”는 속내를 서로에게 밝힌 뒤 인하대 수시모집에 함께 합격했다.

이들의 우정은 대학에서도 이어졌다. 2004년 3월 대학 입학 뒤 스쿨버스를 함께 타고 통학을 하면서 무거운 가방은 늘 최 씨가 맡았다.

최 씨는 “중간고사, 기말고사 때 대학도서관에서 늦은 시간까지 함께 공부한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그는 “2005년 7월 입대해 병영생활을 하면서도 늘 영태를 걱정했는데 좋은 성적으로 먼저 대학을 졸업하는 모습을 보니 기쁘다”고 말했다.

발가락으로 컴퓨터를 다루는 김 씨는 1분에 450타를 칠 정도로 스스로 장애를 극복한 케이스. 중학교 때 워드프로세서 1급과 정보처리기능사 자격증을 땄을 정도.

지난해 12월 증권회사 협력업체에 취업한 김 씨는 “홍준이는 친구로서 평범하지 않은 도움을 수년간 주면서도 얼굴 한 번 찡그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 씨는 22일 졸업식에서 역경을 이겨내고 학업에 정열을 쏟은 공로로 특별상을 받는다.

인하대 홍승용 총장은 “신체적 핸디캡에도 불구하고 전공학생 32명 중 4등이란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는 김 군은 인간 승리의 표상”이라고 말했다.

인천=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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