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배 봉사’ 어느덧 1만채 됐네요

  • 입력 2008년 6월 24일 03시 01분


법무부 범죄예방위원인 조무공 씨가 23일 오후 부산 영도구 남항동 남항경로당에서 도배를 해주고 있다. 그는 사회봉사명령을 받은 조직폭력배 등과 함께 2002년부터 저소득층과 영세민의 장판과 벽지를 무료로 바꿔주고 있다. 부산=연합뉴스
법무부 범죄예방위원인 조무공 씨가 23일 오후 부산 영도구 남항동 남항경로당에서 도배를 해주고 있다. 그는 사회봉사명령을 받은 조직폭력배 등과 함께 2002년부터 저소득층과 영세민의 장판과 벽지를 무료로 바꿔주고 있다. 부산=연합뉴스
12년째 활동 조무공씨… “말 안듣던 조폭도 열심히 도와”

부산 영도구 동삼동에 사는 조무공(59) 씨의 직업은 ‘무료 도배꾼’이다.

1997년부터 12년째 자원 봉사자 및 사회봉사명령 대상자와 함께 영도구 일대 저소득층, 혼자 사는 노인, 경로당에서 장판과 벽지를 무료로 바꿔 준다. 그의 손을 거쳐 새 단장을 한 곳이 1만여 채가 넘는다.

해양소년단 지도자 과정을 마친 그를 법무부가 범죄예방위원으로 위촉하고 사회봉사명령 대상자 위탁교육을 부탁하면서 도배 봉사를 시작했다.

마약, 사기, 조직폭력배, 단순 폭행, 교통사범 등 그와 함께 도배한 사회봉사명령 대상자가 10만 명이 넘는다.

처음엔 거리 청소, 체육경기대회 지원, 이순신 장군 동상 청소를 했다. 소외 계층에 실질적 도움이 되는 방법을 찾다가 도배 봉사를 떠올렸다.

“조폭들은 처음에는 말을 잘 듣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봉사활동을 하다 보니 어느새 열심이더라고요.”

장판과 도배지 구입비가 많이 들어 자원봉사자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이제는 선행이 소문 나 LG화학, 대동벽지, 한진중공업, 라이온스클럽 등 기업과 단체가 벽지와 장판을 후원한다.

또 조 씨와 함께 지냈던 사회봉사명령 수료자들이 2002년부터 ‘한마음회’와 ‘한결회’라는 자원봉사단체를 만들어 도움을 준다.

부산 시내 노인건강센터, 치매 노인 시설을 찾아가 김치 담그기, 간병 봉사 등을 한다.

조 씨는 “왜 바보 같은 짓을 10년 넘게 하느냐는 말도 있다. 하지만 봉사에 중독된 기분은 봉사를 해본 사람만이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윤희각 기자 toto@donga.com


▲ 영상취재 : 김문수 동아닷컴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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