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우파집권 후 교육 혁명 학생 경쟁강화 적극 도입”

  • 입력 2007년 8월 31일 03시 03분


최근 서울시교육청의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 중인 스웨덴 국립교육청 황선준 특수재정국장은 창의력을 키우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세형  기자
최근 서울시교육청의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 중인 스웨덴 국립교육청 황선준 특수재정국장은 창의력을 키우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세형 기자
“2, 3년 뒤 스웨덴 교육은 확 바뀔 가능성이 높습니다.”

최근 서울시교육청의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 중인 스웨덴 국립교육청 황선준(53) 특수재정국장은 지난해 9월 중도 우파 성향의 보수당 정부가 집권한 뒤 스웨덴에서는 사상 유례가 없는 수준의 교육 개혁이 벌어지고 있다고 30일 밝혔다.

지난해 선거 때부터 프레드리크 레인펠트 총리가 강조해 온 초중고등학생들의 학력 수준 향상을 위한 작업이 한창이라는 것.

황 국장은 25년 전 스웨덴으로 유학을 떠나 스톡홀름대에서 교수와 연구원으로 재직했고 1999년부터는 국립교육청에서 교육공무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현재 스웨덴 정부기관의 고위 공직자 중 유일한 한국인이다.

황 국장은 “보수당은 선거 때부터 사민당의 교육 정책을 ‘공부하지 않는 학교’라고 비판했다”며 “집권한 뒤부터 학생들의 평가 기준을 세분화하고 국가시험의 비중을 높이는 등 이전보다 경쟁을 강조하는 방안들을 더욱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스웨덴에서는 평가 기준이 고등학교 때까지 ‘아주 잘 통과’ ‘잘 통과’ ‘통과’ 등 3단계에 불과하다. 하지만 보수당 집권 뒤 국립교육청은 학생 평가 방식을 ‘A, B, C, D, E, FX, X’ 등 7단계로 세분화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또 중학교 3학년∼고등학교 3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학습능력을 평가하기 위해 1년에 한 번씩 치르는 국가시험에 초등학교 3학년과 6학년 학생들을 포함시키려 하고 있다. 시험 과목도 기존의 스웨덴어 영어 수학에 물리 화학 생물 사회 지리 역사를 포함시키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황 국장은 “지금 검토되고 있는 정책들은 2, 3년 뒤부터 본격적으로 적용될 것”이라며 “스웨덴 교육 역사상 가장 큰 변화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 교육에 대해서 그는 여전히 후진적인 단순 주입식 교육과 규격화된 학생 선발 기준에 얽매여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학 입시의 영향을 많이 받는 한국 교육의 특성을 고려할 때 대학들이 창의력을 강조하는 입시 전형을 개발할 수 있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며 “학생 선발의 자율권을 대학에 주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학생 선발 자율권을 대학에 주면 대학마다 창의력을 강조하는 독특한 입시 전형이 나올 수 있게 돼 자연스럽게 중고등학교에서도 창의력을 강조하는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황 국장은 “대학 입시는 일정 부분 정부가 관리해야 할 필요가 있지만 일일이 개입하면 다양성이 훼손된다”며 “대학들이 자신이 원하는 학생을 뽑을 수 있고, 학생들도 자신과 방향이 맞는 대학에 진학할 수 있게 학생 선발의 자율권이 보장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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