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링커 씨 “암 쓰나미, 돈있는 나라-의사가 막아야”

  • 입력 2007년 6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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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은 선진국에선 줄어들고 있지만 개발도상국에 ‘쓰나미’처럼 몰리고 있다. ‘암의 빈부 격차’ 시대다. 불평등을 끝내기 위해 돈이 있는 나라와 의사가 나서야 한다.”

4일 오후 1시 반(현지 시간) 미국암학회가 열린 미 시카고 매코믹 플레이스 호텔에서 유방암 퇴치 운동을 펴고 있는 ‘치료를 위한 수전 코먼 재단’ 설립자 낸시 브링커(60·여·사진) 씨는 청중 2만여 명에게서 기립박수를 받았다. 그는 이 학회의 모든 참가자가 참석하는 자리에서 특별연설을 했다.

브링커 씨는 “암을 조기에 진단하고 개인 맞춤형 약물이 나와 암 사망자가 줄어드는 희망의 시대에 한쪽에서는 위기에 직면한 국가들이 있다”면서 “중동, 라틴아메리카, 아프리카, 아시아에서는 성능 좋은 기기와 유능한 의사, 보험제도가 없어 많은 사람이 죽어가고 있고 이런 빈부 격차는 미국에서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브링커 씨는 37세 때 유방암에 걸렸고, 두 살 위인 친언니 수전 씨를 유방암으로 잃은 뒤 단돈 200달러와 전화기 한 대로 코먼 재단을 세워 세계 최대 유방암 퇴치 재단으로 키웠다. 그는 화장품 회사인 에스티로더그룹의 며느리이기도 하다.

언니 수전 씨는 1977년 33세 때 유방암에 걸려 1980년에 숨졌다. 수전 씨는 동생에게 “유방암으로 인한 희생자를 줄여 달라”는 유언을 남겼다.

유방암에 대한 교육과 연구를 위해 고군분투하던 브링커 씨도 1983년 유방암에 걸리고 말았다. 다행히 초기에 암을 발견해 수술과 화학요법으로 이겨 냈다.

브링커 씨의 암 극복기는 다른 사람들에게 암을 정복 가능한 질병으로 인식시키는 계기가 됐다.

코먼 재단은 이제 매년 몇백만 달러를 모으고 전 세계에 100여 개의 지부를 두고 있다. 자원봉사자가 7만5000명을 넘었으며 매년 10월 열리는 유방암 환자의 치료를 돕기 위한 달리기 대회에 세계적으로 100만 명 이상이 참가하고 있다.

브링커 씨는 코먼 재단이 암 치료의 불평등을 깨기 위해 앞으로 4년간 1000만 달러(약 92억7000만 원)를 미국암학회에 연구기금으로 내놓기로 했다고 밝혔다.

시카고=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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