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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7년 5월 14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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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한정식집의 대모(代母)’로 불리던 주정순(사진) 여사가 12일 지병으로 별세했다. 향년 86세.
1958년 고인이 서울 종로구 청진동(현재의 종로구청 인근)에 개업한 장원(莊園)은 장면 신익희 조병옥 이후락 씨, 박정희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 등 정관계 인사에서 정주영 이병철 씨 등 재벌 총수까지 단골로 드나들면서 한때 청운각, 삼청각과 함께 한국 막후정치의 본산으로 통하기도 했다.
광주 출신으로 목포의 만석꾼 집안에 시집가 부엌일을 맡아 하면서 호남 전통음식을 익힌 고인은 장원을 개업한 뒤 정관계 실력자들을 단골손님으로 유치했다.
그러나 국회의사당이 여의도로 옮기고 정부 일부 부처가 경기 과천시로 옮겨가면서 장원은 장소를 옮기고 이름을 ‘향원’으로 바꾸는 등 일시적으로 쇠퇴기를 겪기도 했다. 장원은 2004년 11월 지금의 자리인 서울 종로구 필운동으로 이전한 이후부터 큰딸이 맡아 운영해 왔다.
5선 의원인 한나라당 박희태 의원은 “내가 처음 장원에 다녔을 때 주 여사는 이미 우리가 상대할 수 없을 정도로 ‘급’이 높았다”며 “언제나 동생처럼 대해 주셨고 인심도 후덕해 자주 찾았다”고 회고했다.
오랜 단골인 김영삼 전 대통령과의 일화도 유명하다.
청와대에 들어간 김 전 대통령이 민심을 듣기 위해 주 여사에게 직접 전화를 걸었던 것. 당시 김 전 대통령의 ‘칼국수’ 식사가 워낙 유명하던 때라 주 여사는 “칼국수만 드시면 건강을 어떻게 챙기시느냐”고 울먹였다고 한다. 이에 김 전 대통령은 웃으며 “다른 것도 많이 먹는다”고 답했다는 것.
정치인이 많이 다녔던 만큼 종업원들에게 “손님의 술버릇이나 좋아하는 음식조차도 평생 비밀로 해야 한다”고 엄격히 교육시킨 일화는 지금도 유명하다. 그래서 얻은 별명이 ‘MP(헌병)’. 이름난 숱한 정치인이 다녀간 장원이지만 13일 서울대병원에 마련된 빈소는 한산한 모습이었다.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 박지원 전 대통령비서실장, 한덕수 국무총리 등의 조화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주 여사의 아들 이재우 씨는 “어머니께서 유언으로 ‘장사하던 사람이 손님에게 폐 끼치는 것이 싫다’며 주변에 부음을 알리지 말라고 하셨다”고 말했다.
유족으로는 1남 2녀. 발인은 15일 오전 10시 서울대병원. 02-2072-2012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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