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 좋다는 병원서 강연해 영광”… ‘이승엽 만담’

  • 입력 2006년 12월 2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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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진출 3년 만인 올해 일본 프로야구 최고 명문 요미우리의 4번 타자로 맹활약하며 한국의 자존심을 세운 이승엽(30·요미우리·사진). 그의 말솜씨는 방망이 솜씨 못지않았다.

이승엽은 1일 오전 서울 강남구 일원동 삼성서울병원 대강당에서 의사 간호사 등 병원 직원 400여 명을 대상으로 40여 분간 ‘정상을 향한 도전과 프로정신’을 주제로 강의하며 청중을 사로잡았다.

내용은 일본 진출 첫해 실패를 딛고 성공하기까지의 경험담이 주를 이뤘는데 이승엽 특유의 ‘반전어법’이 시종 좌중의 웃음을 자아냈다. 이를테면 “한국 최고의 병원에서 강의를 하게 돼 영광입니다”라고 해 놓곤 “제 어머니가 2001년 이 병원에서 신세를 많이 졌는데 수술 결과는 그리 좋지 않았습니다만…”이라고 꼬리를 달았다.

또 요미우리 4번 타자의 위치를 설명하면서 “정말 대단한 자리다. 경기장 밖에서는 빈틈없이 정장을 해야 한다”고 한 뒤 자신의 ‘노타이’ 복장을 돌아보며 “옷을 모두 일본에 두고 왔다. 이해해 달라”고 했다.

이승엽은 또 “사회자가 제 허벅지 둘레를 28인치라고 소개했는데 언론이 과장한 면이 있다”면서도 “집에 맞는 청바지가 없다”고 밝혔다.

이승엽은 첫해 지독한 슬럼프로 2군행을 자청했는데 막상 2군에 내려가니 오랫동안 ‘부름’이 없어 비참했던 일, 요미우리로 옮긴 뒤 스프링캠프 중간에 한국 대표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출전하면서 혹시 그동안 1루수 주전 자리를 빼앗기지나 않을까 노심초사했던 일도 소개했다.

그는 올 시즌 요미우리와 4년 계약을 한 데 대해 “일본에는 한국 선수들이 돈을 많이 받으면 그 후 대충한다는 편견이 있는데 그것을 깨기 위해서라도 내년엔 더욱 잘하고 싶다”고 말했다. 강연을 마친 이승엽은 소아암 병동을 돌며 어린이 환자 수십 명에게 직접 야구공에 사인을 해 주고 격려했다. 이승엽은 15일부터 프로야구 SK의 해외 전지훈련에 동행한 뒤 다음 달 25일 요미우리 캠프에 합류할 예정이다.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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