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운증후군 가진 임유진양의 병원 연주봉사

  • 입력 2006년 11월 6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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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천성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는 임유진양이 2일 서울 광진구 화양동 건국대학교병원 로비에서 병마와 싸우느라 지친 환자와 보호자들에게 피아노 연주를 들려주고 있다. 사진 제공 건국대병원
선천성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는 임유진양이 2일 서울 광진구 화양동 건국대학교병원 로비에서 병마와 싸우느라 지친 환자와 보호자들에게 피아노 연주를 들려주고 있다. 사진 제공 건국대병원
서울 광진구 건국대병원 로비에서는 한 달에 두 번씩 ‘베토벤 소녀’를 만날 수 있다.

선천성 다운증후군을 가진 임유진(18·서울 청담고) 양이 9월부터 병마와 싸우느라 지친 병원 환자와 보호자들에게 아름다운 피아노 연주를 선사하고 있다.

임 양은 다운증후군에 심장에 구멍이 난 심실중격결손증과 척추측만증 장애를 앓고 있다. 다운증후군이란 염색체 이상으로 인해 특유의 신체적 모양과 정신지체를 동반하는 장애. 임 양은 청각 장애를 극복하고 위대한 음악가의 반열에 오른 베토벤을 좋아한다.

임 양은 대학 피아노학과 진학을 위해 힘쓰는 예비 피아니스트다.

“유진이는 베토벤 음악을 가장 좋아해요. 유진이가 베토벤 곡을 연주할 때면 음악에서 베토벤의 슬프고 미묘한 감정이 느껴지는 듯합니다.”

딸의 장애를 음악적 재능으로 극복시켜 주려는 어머니 조성금(45) 씨는 임 양이 짧은 손으로 안간힘을 쓰며 피아노를 연주해 슬픈 선율을 자아낼 때마다 딸이 안타까우면서도 대견하다.

병원 로비를 지나는 환자와 보호자들은 임 양이 가장 좋아하는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17번 ‘템페스트’를 듣고 잠시 걸음을 멈춰 선율 속에 담긴 임 양의 감정을 읽게 된다.

“힘들고 어려운 사람들에게 아름다운 곡을 들려줘서 마음을 편하게 해 주고 싶어요.”

10월 임 양의 독주회를 준비하다 스트레스성 위장병에 걸려 이 병원을 찾은 조 씨는 병원 로비에 놓인 그랜드피아노를 보고 딸이 평소 말하던 소망을 이뤄 주기 위해 병원에 피아노 연주 봉사를 제의했다.

임 양이 피아니스트를 꿈꾸게 된 결정적 계기는 스웨덴의 장애인 가수 레나 마리아의 연주. 2년 전 교회에서 팔 없이 다리로 피아노 연주를 하며 복음 성가를 부르는 레나 마리아의 모습이 임 양의 가슴을 울렸다.

임 양은 “저 가수는 팔이 없어서 발로 요리, 운전 등을 다 할 텐데 나는 열 손가락이 있으니 정말 행복한 일”이라며 피아노 연습에 박차를 가했다.

임 양의 스승은 딸을 위해 직접 피아노를 배워 가르친 어머니 조 씨다. 요즘도 조 씨는 매주 한 번씩 딸의 레슨에 참석해 노트에 진도 내용을 꼼꼼히 기록한 후 집에 돌아와 하루에 3, 4시간씩 복습을 시킨다. 이 연습시간도 음대 입시를 위해선 턱없이 부족하지만 임 양은 몸이 힘들어도 이 시간만큼은 가장 절실하게 피아노 연주에 땀을 흘리고 있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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