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지마비 英여성, 빨대로 보트조종 도버해협에 기적 띄우다

  • 입력 2005년 8월 26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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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해가 내 죽은 생명에 희망을 불어넣었습니다.”

영국 옥스퍼드대 출신의 힐러리 리스터(33·여·사진) 씨는 사지마비 장애인으로서는 세계 최초로 1인승 보트를 조정해 영국 해협을 건넜다. 걸린 시간은 6시간 13분.

머리와 눈, 입만을 움직일 수 있는 리스터 씨는 23일 오전 8시 반경 영국 남부 도버 항을 출발해 오후 2시 43분 프랑스 북부 칼레 항에 도착했다. 도착 순간 축하 나팔소리와 록그룹 퀸의 ‘우리는 승리자(We Are the Champions)’란 노래가 울려 퍼졌다.

순간 그의 머리 속에는 이번 항해를 위해 특수 제작한 8m 길이의 1인승 보트 ‘멀린’과 함께한 고통의 시간이 스쳐갔다. 손발 대신 입으로 공기를 빨아들이거나 내뱉어 키와 두 개의 돛을 조정해야했기 때문이다.

도버 해협의 폭은 35km지만 심한 물살 때문에 리스터 씨가 실제 항해한 거리는 55km였다.

리스터 씨는 10대 때 퇴행성 신경질환인 ‘반사적 교감신경 이영양증’ 진단을 받았다. 신경에 혈액 순환이 잘 되지 않아 신경에 장애가 오는 병이다. 10년 뒤 팔과 다리가 모두 마비되자 절망에 빠져 자살까지 생각했다.

그러나 2003년 우연히 알게 된 항해는 그에게 희망을 심어줬다.

“내년 초엔 영국 바다를 일주일 항해할 계획이다. 나아가 세계 일주 항해도 꿈꾸고 있다.”

최근 결혼한 그는 영국 런던 남동쪽 100km에 있는 캔터베리의 해변 근처에서 남편과 살고 있다.

이호갑 기자 gd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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