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손기정선생 은행원으로도 금메달감

  • 입력 2005년 8월 16일 03시 01분


코멘트
2002년 작고한 마라톤 영웅 손기정(孫基禎·사진) 선생이 한때 은행원이었다는 사실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그는 마라톤뿐 아니라 은행 업무에서 제일은행에는 그의 은행원 경력을 살필 수 있는 귀중한 사료가 남아있다.

제일은행에 따르면 손 선생이 은행과 인연을 맺은 것은 1940년 4월 1일. 일본 메이지(明治)대 법문학부를 졸업한 뒤 제일은행의 전신인 조선저축은행에 입사했다.

당시 선망의 대상이었던 은행에 입사하려면 까다로운 공채 시험을 통과해야 했다. 손 선생이 은행에 입사하는 데는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를 예우한 조선육상연맹의 추천이 큰 힘이 됐다고 한다.

은행 업무는 만만치 않았다. 손 선생은 은행원의 필수품이던 주판을 다루는 데 서툴러 많은 고생을 한 것 으로 전해진다.

손기정 선생의 조선저축은행 입사원서. 사진 제공 제일은행

하지만 예금 권유기간에는 종전의 개인별 최고 유치실적보다 4배 정도 많은 실적을 올렸다. 조선저축은행은 물론 다른 은행에서도 화제가 됐을 정도였다.

그러나 은행원 생활은 오래가지 못했다. 입사한 지 4년 3개월 만인 1944년 7월 가정형편을 이유로 사직서를 내고 고향인 평북 신의주로 귀향한 것.

지금도 제일은행 사료실에는 손 선생이 입사할 때 제출한 입사원서, 인사기록 카드, 사직원 등 관련 기록이 보관돼 있다.

손 선생은 은행에 입사하기 4년 전인 1936년 독일 베를린 올림픽에 서 마라톤 금메달을 따내 일제강점기 민족의 한(恨)을 달랬다.

차지완 기자 ch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