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냉면집 을밀대 43년 지킨 김인주씨 별세

  • 입력 2005년 8월 11일 03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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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 가서 육수를 만들어야 되는데….”

해마다 여름이면 각 언론이 선정하는 ‘맛있는 냉면집’에 빠지지 않는 평양냉면집 을밀대(서울 마포구 염리동). 을밀대를 43년간 운영해 온 김인주(金仁周·69·사진) 씨가 지병인 폐암으로 10일 새벽 별세했다.

그는 병원으로 실려 가기 전날인 7일까지 손수 육수를 만들었다. 그는 병원에서도 “이제 육수가 모자랄 텐데 어서 빨리 퇴원시켜 달라고 해라”는 말을 자주 했다고 가족이 전했다.

평양이 고향인 고인은 광복 전 월남한 실향민. 어릴 적부터 유독 냉면을 좋아했던 그는 10대 후반 무렵부터 부산의 냉면집을 돌아다니며 냉면 만드는 기술을 배웠다. 고인의 부친은 평양식 냉면에 대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1962년 상경해 꿈에 그리던 냉면집 주인이 됐다.

장남 김영길 사장은 “냉면 맛이 강하지 않아 처음에는 장사가 잘 되지 않았다. 열 분이 오시면 두 분 정도가 만족해 하셨는데 그 두 분은 평생 단골이 됐다”고 말했다. 을밀대의 냉면 맛은 평양냉면의 원조인 ‘평양 옥류관’의 냉면 맛과 가장 유사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김 씨의 사망으로 10일 휴업에 들어간 을밀대는 15일부터 영업을 재개한다.

유족으로는 부인 이석남 씨와 2남(영길, 영일 씨) 2녀(춘강, 순강 씨)가 있다. 빈소는 신촌세브란스병원, 발인은 12일 오전 5시. 02-392-0899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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