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고교 축구팀 방한]“우정의 축구공으로 실력 키웠죠”

  • 입력 2005년 4월 6일 18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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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의돈 자이툰부대 사단장(왼쪽)이 지난해 12월 자이툰배 축구대회 우승팀인 아르빌 고교축구선발팀 주장에게 우승 트로피를 수여하고 있다. 이 팀이 이라크 우정의 사절단으로 11일 한국을 방문해 국내 고교팀과 친선경기를 갖는다. 사진제공 자이툰부대
황의돈 자이툰부대 사단장(왼쪽)이 지난해 12월 자이툰배 축구대회 우승팀인 아르빌 고교축구선발팀 주장에게 우승 트로피를 수여하고 있다. 이 팀이 이라크 우정의 사절단으로 11일 한국을 방문해 국내 고교팀과 친선경기를 갖는다. 사진제공 자이툰부대
《이라크에서 평화의 축구 사절단이 온다. 한국의 자이툰부대(이라크평화재건사단)가 주둔하고 있는 이라크 아르빌 지역 고교축구 선발팀이 본보와 대한축구협회의 초청으로 11일 입국한다. 아르빌 고교선발팀은 7박8일의 일정으로 머무는 동안 국내 고교 팀과 2차례 친선경기를 갖고 프로축구 경기를 관전하며 모처럼 즐거운 시간을 보내게 된다.》

▽한국-이라크 평화의 가교=아르빌 고교선발팀의 방한은 지난해 7월 본보가 벌인 ‘이라크에 희망의 축구공 보내기 운동’의 결실. 본보는 전화(戰禍)에 시달리는 이라크 국민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자이툰부대를 통해 축구공 5만 개와 유니폼 운동화 등을 전달했다.

자이툰부대는 주둔지 지역 주민들에게 이 축구용품을 전달했고 지난해 11월 27일부터 15일 동안 아르빌, 샤클라나, 도나 등 인근 8개 지역 고교팀이 출전한 가운데 자이툰배 축구대회를 열었다.

자이툰부대는 또 병원 운영과 도로 건설, 문화 행사 개최 등으로 이라크 평화 정착에 기여하고 있다. 아르빌 고교선발팀의 한국 방문은 이 같은 자이툰부대의 대민봉사활동에 대해 감사의 마음을 갖고 있던 현지인들의 요청으로 성사됐다. 이들은 자이툰부대의 고국인 한국 방문을 희망했고 그 대표 자격으로 고교축구 선발팀을 보내기로 한 것.

이라크에서 축구는 최고 인기 스포츠. 지난해 아테네올림픽에서 이라크 대표팀은 강호 포르투갈을 꺾는 등 이변을 연출하며 4강에 올라 전쟁의 고통에 신음하는 국민에게 기쁨을 선사했다.

대한축구협회 유영철(柳永喆) 홍보국장은 “이라크 고교선수들의 한국 방문은 양국에 평화의 다리를 놓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 승패를 떠나 서로 친밀감을 확인할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어떤 팀이 오나=이번에 내한하는 팀은 자이툰배 대회 우승팀인 아르빌 지역 고교축구 연합팀. 하울러고교가 주축이다. 선수 16명을 포함해 30명의 선수단으로 구성된 아르빌 고교선발팀의 전력은 국내 고교축구 중상위권 수준이라는 평가. 자이툰부대의 오병석 소령은 “아르빌에는 80여 개 고교축구팀이 있는데 이번에 구성된 팀은 8개 고교 연합팀”이라며 “선수들의 체력과 투지가 좋아 국내 고교 팀과 좋은 경기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순일 기자 stt77@donga.com

:경기 관람료는 무료:

▽일정=아르빌 고교선발팀은 11일 입국해 ‘한국축구의 요람’인 파주 축구대표팀트레이닝센터(NFC)에 머물게 된다. 12일 오전 11시엔 중경고, 14일 오후 2시엔 파주공고와 각각 NFC 축구장에서 경기를 치를 예정이다. 경기관람은 무료.

아르빌 고교선발팀은 12일 오후에는 정몽준(鄭夢準) 대한축구협회장을 예방하고 13일엔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프로축구 FC 서울-수원 삼성의 경기를 관전한다. 이 경기의 시축은 아르빌 고교선발팀의 선수가 맡는다. 이 밖에 에버랜드, 전쟁기념관과 경복궁 민속촌을 견학한 뒤 18일 출국할 예정이다.

▼“축구 통한 평화… 멋진경기 펼칠것”▼

▽파주공고=“한국과 이라크가 축구를 통해 대화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겠습니다.”

최용택(40) 파주공고 감독은 “우정의 대결이라고는 하지만 축구는 승부를 가리는 스포츠다. 최선을 다해 멋진 경기를 하는 게 이라크 팀을 위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파주공고 축구부는 10여 년간 팀이 해체됐다가 1993년 다시 창단됐다. 1998년 진주MBC고교대회에서 3위, 1999년 부산협회장기에서 우승했고 올해 열린 진주MBC대회에서도 8강에 든 파주지역의 축구 명문. 헤딩과 대인마크가 뛰어난 중앙수비수 정성조가 주축이다.

▽중경고=“승부보다는 화합의 경기를 펼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최운범(32) 중경고 감독은 “축구를 통한 평화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행사에 참여하게 돼 영광이다. 선수들도 승부에 집착하기보다는 페어플레이로 이라크 선수들과 하나가 되는 장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경고는 지금은 다른 고교와 마찬가지로 일반 학생들이 다니지만 과거엔 군인 자녀들이 많이 다녔던 학교. 때문에 아르빌 고교선발팀과 벌이는 친선경기의 의미는 각별하다.

중경고 축구부는 1997년 창단해 1999년 백록기와 서울시 대회에서 우승하는 등 최근 떠오르고 있는 ‘신흥 명문’. 지난해에도 진주 MBC대회에서 4강에 들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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