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른 통일보다 바른 통일길 걷자” 남강문화재단 20돌 세미나

  • 입력 2004년 11월 24일 19시 02분


독립운동가인 남강 이승훈 선생을 기리기 위해 발족한 남강문화재단 창립 20주년 기념 세미나가 24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렸다. -안철민기자
독립운동가인 남강 이승훈 선생을 기리기 위해 발족한 남강문화재단 창립 20주년 기념 세미나가 24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렸다. -안철민기자
독립운동가 남강 이승훈(李昇薰·사진) 선생의 민족정신을 토대로 민족의 통합과 통일에 대한 실천방안을 모색하는 세미나가 24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렸다.

‘남강의 민족운동과 오늘의 통일운동’이라는 주제로 열린 이날 세미나는 남강문화재단이 창립 20주년을 맞아 마련한 것으로, 남강 선생이 세운 오산학교의 창립 100주년을 기념하는 기념사업회가 공동으로 주관했다.

중앙대 제성호(諸成鎬·법학) 교수는 “우리가 지향하는 통일은 복고적 의미의 ‘재통일(reunification)’이 아니라 ‘미래지향적인 신통일(new unification)’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제 교수는 또 올바른 대북(對北)관의 정립과 함께 통일의 내용(국가이념과 체제구성 방식)을 무시하거나 도외시한 무조건적인 ‘빠른 통일’이 아니라 자유민주주의에 기초한 ‘바른 통일’을 추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연세대 김명섭(金明燮·정치외교학) 교수는 “통일 이전에 남과 북이 경쟁과 협력을 통해 문명적 민족적 표준을 확립할 필요가 있다”며 “문명적 표준을 독점하고자 하는 제국들의 틈바구니에서 독자적으로 문명적 민족적 표준을 지향하고자 한다면, 제국의 반대말은 ‘반제’나 ‘국수’가 아니라 ‘국제’라는 사실을 남북한 모두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선양(金善陽·교육학) 전 인하대 대우교수는 “남강의 독립운동이나 3·1운동에 나타난 정신이 바로 민족운동의 구체적인 예”라며 “이처럼 나라와 민족을 먼저 생각하는 자세가 오늘날 통일운동의 기초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학준(金學俊) 동아일보 사장은 “개화기에 민족의 미래를 보며 교육과 산업을 일으켰던 남강의 정신이 일본의 침략 후에는 민족운동으로 이어졌다”며 “남강의 사상과 민족통일의 상관관계를 오늘의 시점에서 재해석해 새로운 통일의 패러다임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강은 1907년 신민회에 가담했고 오산학교를 설립했다. 105인사건 및 3·1운동의 주역으로 두 차례 투옥됐으며 1924년 동아일보사 사장으로 취임해 물산장려운동, 민립대학설립운동 등을 펼쳤다.

이수형기자 so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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