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시할머니-뇌중풍 시아버지등 지극봉양 안임순씨

  • 입력 2004년 4월 28일 18시 50분


코멘트
“너무나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남도 아닌 내 가족을 위해서 한 일일 뿐인데 이런 큰 상을 주신다니….”

뇌중풍을 앓고 있는 시아버지와 남편, 정신질환 시누이, 치매를 앓는 시할머니를 20년 넘게 극진히 보살펴온 60대 할머니가 농협중앙회가 주는 효행대상 수상자로 선정돼 다음달 3일 표창을 받는다.

충북 충주시 동량면 조동리에 사는 안임순(安任順·64·사진)씨가 그 주인공.

1962년 23세의 나이에 중매로 시집온 안씨는 가정형편이 넉넉하진 않았지만 가족들과 화목하게 지냈다.

그러다 시집갔던 시누이가 정신질환으로 세살난 아이와 함께 쫓겨와 같이 살게 된 1977년부터 고난이 시작됐다. 시아버지는 85년 뇌중풍으로 쓰러졌고 시할머니는 91년부터 치매를 앓기 시작했으며 시어머니도 노환으로 허리가 심하게 굽어 거동조차 못하게 됐다. 어느 누구 하나 눈길과 손길을 뗄 수 없는 상태였지만 안씨는 밤낮없이 가족들을 돌보아 왔다.대소변을 모두 받아내고 식사를 꼬박꼬박 챙기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았다. 2500여평의 논농사와 밭농사도 억척스럽게 해냈다.

오랜 병치레 끝에 시아버지는 95년, 시할머니는 96년 숨졌다. 병치레에서 한숨 돌리는가 싶었더니 99년엔 건강했던 남편(이상복·65)도 뇌중풍으로 쓰러졌다. 왼쪽 팔과 다리가 마비돼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는 식사도 못하는 상황에 처했다.

조동리 박수동 이장(60)은 “어느 마을 사람도 안 할머니의 입과 얼굴에서 불평의 말을 듣거나 힘든 내색을 본 적이 한 번도 없다”며 “하늘이 내려준 효부”라고 말했다.

안씨는 “부모는 한 번 떠나면 아무리 후회해도 다시는 못 모신다”며 “물질적으로는 풍족하게 해 드리지는 못해도 후회하지 않도록 마음만이라도 정성껏 보살필 뿐”이라고 말했다.

충주=장기우기자 straw825@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