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상]‘100m 18초37’…아프간선수 “조국위해 뛰어”

  • 입력 2003년 8월 24일 18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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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초37. 23일 파리에서 열린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여자 100m 예선에서 아프가니스탄의 리마 아지미(22)가 세운 기록이다. 국내 여고 체력장에서나 나올 법한 느림보 기록.

육상선수들은 기록단축을 위해 몸에 딱 붙는 짧은 팬츠와 상의를 입는다. 그러나 아지미는 헐렁한 검은색 바지에 회색 티셔츠 차림으로 학교운동회에 출전한 듯한 모습. 스타팅블록도 사용할 줄 몰라 대회 관계자의 지도를 받아야 했다. 이날 조 1위를 차지한 켈리 화이트(미국)의 기록은 11초26. 화이트가 결승선을 통과했을 때 아지미는 트랙 절반을 겨우 지나 61.3m 지점을 달리고 있었던 셈이다. 아지미의 기록은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사상 가장 느린 것.

아지미는 탈레반 정권이 축출된 뒤 생긴 첫 여자 스포츠팀 소속. 탈레반 정권은 여자어린이를 비롯한 모든 여성의 스포츠활동을 엄격히 금지했었다.

아지미가 출전하게 된 것은 조직위가 탈레반 정권 아래에서 스포츠활동이 금지됐던 아프가니스탄 여성 아지미에게 상징적 차원에서 특별 케이스로 초청하고 등번호 1번을 부여했기 때문. 100m 트랙을 뛴 것이 대회 참가 불과 몇 주일 전인 아지미는 조직위로부터 출전 제의를 받고 처음엔 거절했지만 ‘아프간 여성을 대표해 달린다’는 큰 뜻에 따라 결국 출전을 결심하게 됐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 수영 남자 자유형 100m에서 ‘개헤엄’을 쳐 화제가 된 에릭 무삼바니(기니)와 닮은꼴.

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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