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서울법대 합격한 고아출신 40대 시각장애인 김용광씨

  • 입력 2003년 2월 3일 18시 44분


코멘트
특수렌즈 없이는 사물을 전혀 볼 수 없는 고아 출신의 40대 3급 시각장애인이 서울대 법대에 합격했다. 올해 서울대 법대 장애인 특별전형에 합격한 김용광(金龍光·41·충북 청주시 상당구 탑동)씨. 그는 시각장애인이지만 희망의 빛을 분명히 볼 수 있는 맑은 마음의 눈을 가졌다.

김씨는 지난해 수능에서 1등급인 373.9점을 맞고 장애인 특별전형으로 서울대 법대에 합격했다. 4년간 등록금 면제는 물론 그의 꿈이던 법조인의 길을 걸을 수 있는 첫발을 내디딘 것이다.

김씨는 그동안 그야말로 파란만장한 생을 살아왔다. 부모가 누구인지 모른 채 버려져 두살 때 부터 경기 양평군의 한 보육원에서 자랐다.

김씨는 서울 성남고를 졸업하고 1881년 동국대 법대에 입학했지만 학비는 물론 생활비조차 마련하기 힘들어 학업을 접어야 했다. 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보육원을 퇴원해야 했기 때문이다. 술집 종업원, 공장 기능공, 신문배달 등의 힘든일을 하면서도 희망을 버리지 않았던 김씨에게 장애인이라는 또다른 시련이 찾아온 건 22세가 된 어느날이었다. 갑자기 앞이 보이지 않았다. 진찰결과 망막색소변성과 백내장이라는 청천벽력과 같은 판정을 받았다.

서울시의 지원으로 국군수도병원에서 수술을 받았지만 결국 3급 시각장애인이 됐다. 그는 청주맹학교 졸업 후 출장안마사 등으로 생계를 꾸려가다 4년 전부터 다시 책을 잡았다.

서울 신촌의 한 고시원 총무로 취직한 그는 지난해 연세대 법과에 입학했지만 등록금 마련이 어려워 1학기만 마치고 휴학했다. 등록금이 전액 면제되는 서울대 법대 장애인특별전형에 응시하기 위해 수능시험에 몰두했고 마침내 그의 꿈을 이루는 첫발을 내디딘 것이다.

김씨는 “어려운 처지에 있는 이웃들을 위해 사법고시에 도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청주=장기우기자 straw825@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