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경순씨 “외국인들 우리말배우기 도움됐으면…”

  • 입력 2002년 10월 8일 18시 49분


“외국인 근로자들이 한글을 쉽게 배울 수 있으면 좋겠어요.”

경북 구미시 가톨릭근로자문화센터 모경순(牟慶淳·42·사진) 사무처장은 한글날에 맞춰 외국인 근로자를 위해 베트남어 인도네시아어 중국어 영어 등 4개 국어로 ‘한글배우기’ 교재를 만들었다. “외국인 근로자들이 한글만 좀 배워도 이들의 근로여건이 훨씬 나아질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가톨릭근로자센터는 구미시의 지원을 받아 우선 교재 2000권을 만들어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나눠줬다. 앞으로 스리랑카 방글라데시 파키스탄어로도 만들 계획. 현재 구미국가공단에서 일하는 외국인은 4200여명으로 이 중 80%가 중국 인도네시아 베트남 국적이다.

“한글을 몰라 작업 내용을 잘못 알아듣고 산재를 겪거나 인격적으로 무시당하는 경우가 너무 많습니다. 말이 통하지 않아 폭행이 일어나는 경우도 많고요.”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한글강좌를 마련하고 있는 가톨릭근로자센터는 한글교재 발간을 기념해 지난 주말 외국인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국어 말하기 대회’를 열었다. 대회에 나온 외국인들은 한글을 몰라 겪고있는 설움을 하소연했다.

“한 외국인은 ‘××야, 처먹어’라는 말뜻을 몰라 ‘예, 예’라고만 대답하다 나중에 뜻을 알고는 눈물을 쏟았다고 했습니다.”

모 처장은 “업체에서 발생하는 폭행이나 멸시는 기본적으로 대화가 되지 않기 때문에 일어나는 경우가 많아요”라며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체계적으로 한글교육을 시키는 것은 한글을 세계에 알리는 민간외교면에서도 시급합니다”고 말했다.

구미〓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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