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경야독 송정선씨, 38년만의 '학사모'

  • 입력 2000년 2월 24일 19시 40분


‘38년만의 학사모.’

24일 입학한 지 38년 만에 학사모를 쓰고 인하대 졸업식에 참석한 송정선(宋政善·57·화공고분자생물공학부)씨는 끝내 눈시울을 붉혔다.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학업을 중단해야 했던 30여년 전의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송씨는 62년 인하대 화공과에 입학, 1학기를 마치고 군에 입대한 뒤 65년 제대했으나 기울어진 가정 형편으로 학업을 포기해야만 했다. 그는 그 후 무역회사 등 몇몇 직장을 거쳐89년 시계부품 수입회사를 차렸다. 최근 연간 수입실적이 100만달러가 넘을 정도로 사업가로서 성공했다.

사업을 하면서 이른바 신지식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낀 송씨는 96년 9월 인하대 화공과의 후신인 화공고분자생물공학부를 찾아가 재입학을 요청했다. 당시 면접을 통해 송씨의 학구열을 확인한 교수진은 1학년 2학기 재입학을 허가했다. 이 때부터 그는 사업과 학업을 병행하느라 숨가쁜 나날을 보냈다. 컴퓨터를 익히느라 매일 밤 대학생인 두 딸의 ‘과외지도’를 받았고 차안에서도 책을 놓지 않았다. 송씨는 “학업 때문에 다소 소홀했던 사업을 본 궤도에 올려놓는 대로 대학원에 진학해 공부를 계속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인천〓박정규기자> jangk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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