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변호사는 부임 당시 WTO 사무국 분쟁해결 상소기구의 법률자문관(Legal Advisor)으로 임명돼 일하다 곧바로 법률국(Legal Affairs Division)의 재판관(Counsellor·부국장급)으로 자리를 옮겼다.
법률국 재판관은 각국이 제기한 무역분쟁 관련 안건을 직접 검토해 판결을 내리는 역할을 한다.
법률국 재판관은 한 나라 산업 또는 기업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자리. 실제로 김변호사가 지난해 브라질 정부의 보조금을 받는 브라질 항공사에 대해 불공정하다는 판결을 내리는 바람에 해당 항공사가 사실상 파산하는 사태도 발생했다.
김변호사는 지난 6, 7개월 동안 가장 힘들었던 것이 동료 재판관이나 직원들의 편견을 극복하는 일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서양인들은 한국인이나 동양인을 보면 으레 ‘친절한 사람’이라고 하는데 이 말 속에는 다분히 ‘말 잘 듣는 멍청이’라는 뜻이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불이익을 당해도 영어를 제대로 하지 못하기 때문에 따지지 않고 당하기만 한다는 뜻이 담겨 있다는 것.
김변호사는 “WTO에서는 아직도 한국을 모르거나 아프리카의 소국(小國)과 비슷한 나라로 인식하고 있다”며 “한국은 한참 더 국제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변호사는 고문변호사로 일했던 외교통상부의 동료들을 만난 뒤 7일 출국할 예정이다.
<이수형기자> soo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