뺑소니 사고로 뇌사, 본보배달 홍성준군 장기 기증

  • 입력 1999년 8월 15일 19시 03분


뺑소니차에 치여 뇌사상태에 빠진 본보 배달청소년이 장기이식 수술이 필요한 5명에게 새 삶의 길을 열어준 뒤 17년의 짧은 생을 마감했다.

강원 강릉시의 아산재단 강릉병원은 뇌사판정을 받은 동아일보 동해지국 배달학생 홍성준(洪成俊·17·동해공고 2년)군의 신장 2개와 각막 2개 췌장 등을 적출해 14일 5명의 환자에게 이식했다고 밝혔다.

홍군은 신문을 돌리기 위해 6일 오전 5시경 동해시 발한동 청년회의소 회관앞 횡단보도를 건너다 소형 화물트럭으로 추정되는 뺑소니 차량에 치여 쓰러졌다.

얼마후 환경미화원이 쓰러진 홍군을 발견해 병원으로 옮겼으나 홍군은 끝내 깨어나지 못했다.

자전거 타기를 유난히 좋아했던 홍군은 올 6월부터 용돈은 직접 벌겠다며 본보배달을 시작, 그동안 단 한차례의 배달사고도 없이 성실히 일해왔다.

홍군이 쓰러진뒤 한가닥 ‘기적’을 기다리던 홍군의 부모는 고민 끝에 14일 고통받는 이웃에 아들의 장기를 나눠주기로 결정했다.

아버지 홍기표(洪起杓·50·택시운전사·동해시 부곡동)씨는 “아들이 어디엔가 ‘생명’으로 남아있다고 생각하면 위안이 될 것 같아 아들의 장기를 기증했다”고 말했다.

홍씨는 또 “생전에 성준이는 친구들을 집으로 데려와 라면을 끓여주느라 집에 김치가 남아나지 않았을 정도로 친구가 많았다”며 “이제라도 뺑소니 운전사가 자수하면 기꺼이 용서하겠다”고 울먹였다.

〈강릉〓경인수기자〉sunghyu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