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콰이강…' 정동주씨, 희생자 납골당에 책 헌정

  • 입력 1999년 8월 12일 19시 27분


“이제야 약속을 지켰습니다. 하늘에서라도 당신들의 한(恨)의 세월을 담은 이 책을 읽어 주십시오.”

2차 대전 직후 전범으로 몰려 처형되거나 무기형을 언도받은 한국인들의 실상을 다룬 책 ‘콰이강의 다리’(한길사)의 작가 정동주(鄭棟柱·51)씨.

정씨는 12일 전범으로 처형된 한국인들의 유골이 안치된 일본 도쿄(東京) 유센지(佑泉寺)납골당과 무기형을 언도받고 복역하다 가석방된 뒤 일본 정부를 상대로 법정투쟁을 벌이다 숨진 홍종묵(洪鍾默)씨의 유골이 보관된 납골당을 찾아 자신의 책을 헌정했다.

92년 일본에서 우연히 홍씨를 만난 정씨는 한국인 전범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이들의 억울한 사연을 세상에 알리기로 결심했다.

그 후 정씨는 10여차례 일본을 드나들며 홍씨로부터 한국인 전범에 관한 이야기와 소송자료를얻어집필에들어갔지만 홍씨는 97년 책이 나오는 것을 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충남 홍성이 고향인 홍씨는 42년 일제에 의해 강제징용돼 영국군 포로들이 콰이강의 다리 공사를 하던 미얀마의 제4포로수용소에 배치돼 통역요원으로 근무했다. 그러나 홍씨는 전쟁이 끝난 뒤 영국군에 체포돼 일본인 전범으로 몰려 사형을 언도받았으나 무기수로 감형됐다.

홍씨 등 ‘전범’들은 55년 풀려났다. 자유의 몸이 된 홍씨는 일본 정부의 사과와 보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여러차례 냈으나 계속 패소, 끝내 한을 풀지 못한 채 눈을 감았다.

〈도쿄〓이병기기자〉watchdo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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