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명 구하고 숨진「119義人」…여수소방서 서형진씨

  • 입력 1999년 5월 25일 19시 44분


한 119구조대원이 화마(火魔)를 무릅쓰고 16명을 구조한 뒤 자신은 불길 속에서 빠져 나오지 못한 채 삶을 마감해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전남 여수소방서 연등파출소 서형진(徐亨鎭·29)소방사는 24일 여수시 교동 중앙시장 화재현장에 출동, 진화작업을 하다 순직했다.

서소방사는 이날 오후 11시20분경 중앙시장 2층 점포에서 불길이 치솟고 있다는 신고를 받고 동료인 김종수(金鍾洙·30)소방사 등과 함께 현장으로 달려갔다.

이들 두 대원은 3층 옥외계단에서 살려달라고 외치는 5명을 고가사다리로 구조한 뒤 창문에서 손을 흔들고 있는 나머지 11명을 차례로 피신시켰다.

한 상인으로부터 2층에 할머니와 어린아이가 있다는 얘기를 들은 두 대원은 곧바로 2층으로 내려갔다. 철제문을 절단하고 진입했으나 2층은 유독가스가 차 있어 한치 앞을 분간할 수 없었다.

20분용 공기호흡기의 산소가 바닥이 날 즈음 김소방사는 가까스로 출입구를 찾아 빠져나왔지만 서소방사는 산소가 떨어지면서 쓰러졌다.

2시간여만에 불길이 잡힌 뒤 동료 소방관들은 싸늘한 시신으로 변한 서소방사를 발견했다.

서소방사가 여수소방서 119구조대원으로 채용된 것은 95년 8월. 89년 광양농고를 졸업한 뒤 특전사에서 4년4개월간 복무하다 중사로 제대한 그는 구조대원이 된 이후 누구보다 용감하고 성실하게 인명구조활동을 벌였다.

지난해 3월 결혼해 백일이 채 안된 아들을 두고 있는 그는 쉬는 날이면 여수시 율촌면에서 농사를 짓는 부모님을 찾아가 농사일을 거들던 효자였다.

한편 여수소방서는 서소방사를 소방교로 1계급 특진 추서하고 27일 여수소방서장(葬)으로 장례를 치를 예정이다.

〈여수〓정승호기자〉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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