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남자가 사는 법]JP모건 임석정 서울사무소장

입력 1999-01-24 19:03수정 2009-09-24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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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년 미국 조지워싱턴대에서 MBA를 막 따낸 그가 세계적 생활용품업체인 P&G사에 재무담당으로 들어갔을 때 그도, 대학측도 놀랐다. 암만 MBA소지자라도 언어장벽 때문에 외국기업 입사가 쉽지 않은 터였다.

그도 처음에는 별 생각없이 친구따라 원서를 냈다.그러나 ‘뭐든 하면 확실하게 한다’는 신념은 도서관의 마이크로필름을 뒤져 마케팅전략 재무상태 인원배치 등 P&G에 관한 모든 자료를 뽑게 만들었다. 5백장짜리 두툼한 자료를 한달간 열 번도 넘게 읽고 또 읽었다.

사흘째 계속된 면접.마침내 면접관이 두손 들었다.

“우리 회사에 대해 당신이 나보다 더 많이 알고 있군요.”

국제금융의 핵, 뉴욕 월가(街)의 문은 그렇게 열렸다.

▼ 치열한 일터

세계적 금융기관 JP모건의 임석정 서울사무소장(39). 지난 2년간 우리 경제에 45억달러의 외국 자금을 끌어들인 인물이다. 국내기관이 발행한 채권의 해외판매가 주업무. P&G와 미국계 증권회사 두 곳을 거쳐 95년 JP모건에 스카우트됐다. 연봉은 웬만한 기업회장보다 높다.

“일에 만족해요. 기획부터 실행까지 독립적으로 할 수 있고 성과와 보상이 바로 나오거든요.도전과 경쟁도 내 적성에 맞죠.”

오전9시 출근. 미국 뉴욕 본사를 비롯해 국내고객인 기업 은행 정부관계자들과 전화. 하루 평균 두 번은 외부 미팅. 일은 보통 밤9시에 끝난다.

“외국기업에서 일하긴 하지만 우리나라를 위해 양질의 자금을 저리로 가져오기 때문에 보람을 느껴요.”

▼마음 다듬기

잠들기전 한시간씩 책을 본다. 우리 작가의 소설이나 시. 한달에 서너권은 읽나 보다.“마음이 푸근해져요. 내가 하는 일을 한발짝 비켜서서 보게 되고.”

시조시인인 아버지는 미술에도 조예가 깊어 어린 그를 데리고 전시회마다 다녔다. 그도 고등학교 미술반 출신. 30년전 아버지가 그랬듯이 이젠 그가 아들 강후(초등학교 1학년)를 데리고 미술관을 찾는다.

일하다가도 스트레스가 심하면 노광 화백의 ‘솔바람물소리’같은 화집을 꺼내 가만히 들여다본다. 금세 편안해진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헬스클럽으로 직행하는 것도 건강보다는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돼서다.

“요즘은 ‘해도 안 되는 일은 할 수 없다’고 쉽게 생각해요.‘포기’를 배우니 가슴 칠 일이 없어지네요.”

▼성공을 위해

초등학교 보이스카우트시절 배운 ‘준비’라는 말이 지금껏 가슴에 남아있다. “누구에게나 기회가 오지만 준비를 안 한 사람은 그게 기회인지도 모르죠. 뭐든 준비를 많이,잘 하면 이뤄질 확률이 높아요.”

치밀하고 확실하게 일처리를 하는 스타일. 대부분의 자료는 읽을 때 확실히 읽고 버려버린다.

원래 내성적이었는데 대학생활 4년만에 변했다. 그는 지금도 ‘일생에서 가장 잘 내린 결정’으로 고려대에 들어간 걸 꼽는다. “고려대가 사람을 강하게 만들고 다양성을 인정하게 만들었어요. 승부근성이나 사회생활하는 법도 많이 배웠죠.”

그가 생각하는 성공은 스스로 만족하는 일을 즐겁게 평생 하되 그 일이 사회적으로도 의미있고 가정생활과도 조화를 이루는 것. 마흔이 되기 전에 ‘죽을 때까지 이룰 목표’를 정하는 것이 올해의 목표다.

〈윤경은기자〉key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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