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항…우수… 영화「태양은 없다」주연 정우성

  • 입력 1999년 1월 8일 20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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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려보라구.” “난 더 할 수 있단말야!”

로프에 기댄채 외치는 복서의 처절한 절규.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자신을 확인하기 위해 링에 올랐다. 너무도 순수해 곧 깨져버릴 것같은 청춘. 오늘 태양은 나를 비추지 않지만 내일의 태양이 또 있으니 젊음은 아름답다.

새해 벽두 개봉돼 1주일만에 전국 관객 25만명을 모은 영화 ‘태양은 없다’. 남자들의 방황과 우정을 그린 ‘버디무디(Buddy Movie)’여서일까. 친구끼리 함께 온 남성관객의 발길이 몰리고 있다.

폭발적인 반항과 함께 우수를 가득 머금은 눈빛. 영화 화면을 지배하는 것은 추악한 세상에 대해 분노하는 정우성의 카리스마적 연기다. 새 영화 ‘유령’ 촬영이 한창인 가운데 정우성을 만났다. 해군장교 배역을 맡아 머리카락을 짧게 깎은 모습이었다.

“누가 그러더군요. ‘눈에 그렇게 힘주고 다니면 안 피곤하냐’고요. 사실은 무표정인데도요.”

실제로 그는 고교를 중퇴, 학교보다는 햄버거집에서 사회생활을 배운 ‘아웃사이더’다. 25살에 이르러서야 겨우 소리내 웃는 방법을 터득한 내성적 성격.

10대에는 영화배우가 되고 싶었고 지금은 영화감독을 꿈꾼다. 이를 위해 틈틈이 시나리오를 쓰고 배역이 없는 날이면 스탭으로 뛴다. “길을 걸어가다 보면 뭔가 영상이 떠오른다. 시나리오로 쓰고 싶고 그 영상을 카메라로 찍어보고 싶어진다”는게 그가 감독이 되고 싶은 이유.

영화에 대한 열정 탓일까. 신년초부터 이어진 전국 개봉관 팬 사인회, 30시간이 넘도록 이어지는 밤샘촬영, 스크린쿼터 사수 농성 등으로 무리를 한 탓인지 그는 인터뷰 도중 갑자기 할말을 잊는 때가 있었다.

“영화 속에도 이런 장면이 있었죠.”

권투선수가 수많은 펀치를 맞고 술취한 듯 정신이 몽롱해지는 상태인 ‘펀치 드렁크(Punch Drunk)’. 2주일이 넘도록 독감으로 고생하다 병원에서 막 주사를 맞고 온 정우성은 그런 상태였다.

이제 두터운 세상의 벽에 갇혀 질식할 것만 같은 세기말 젊은이의 표상으로 자리잡았다. 앞으로는 좀더 다양한 인간의 내면을 연기하고 싶다.

“사회가 젊은이들에게 희망이란 단어를 상실케 하는 것 같습니다. 부딪쳐 깨지더라도 내일의 태양을 꿈꾸게하는 청춘영화는 나의 삶처럼 소중합니다.”

〈전승훈기자〉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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