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검 특별조사실,권력층과 기이한 인연

  • 입력 1998년 3월 30일 19시 58분


누구도 들어가기를 꺼리는 곳이 있다. 권영해(權寧海)전안기부장이 조사를 받다 자해한 서울지검 특별조사실. 이곳을 둘러싼 인연이 새삼스레 검찰 주변에서 화제다.

특별조사실의 ‘첫 손님’은 공교롭게도 안기부의 북풍공작 대상이었던 김대중(金大中·DJ)대통령. 평민당 총재 시절인 89년 8월22일 같은 당 서경원(徐敬元)의원의 밀입북사건을 사전에 알았는지를 조사받기 위해 이곳에 불려갔다. 갓 지은 서초동 검찰청사 ‘특조실’에서 김총재는 15시간이나 조사를 받았다.

김총재는 당시 안기부와 검찰을 겨냥해 “좋은 대학 나오고 사법고시에 합격해 선망의 대상이 된 사람들이 하늘 두려운 줄 모르고 나를 서의원 밀입북에 갖다붙였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 방은 철문 쇠창살같은 보안설비와 자해방지를 위한 시설을 갖추고 있다. 거물급 피의자나 조직폭력배 마약사범 등 강력사범들을 조사하는데 주로 사용돼 왔다. 3∼4평 규모의 조사실이 복도 양쪽에 3개씩 모두 6개.

이 ‘서슬퍼런’ 방에서 안기부장 출신인 장세동(張世東)씨를 비롯해 안현태(安賢泰) 허삼수(許三守) 허화평(許和平)씨, 박철언(朴哲彦)의원, 장학로(張學魯)전청와대 부속실장, 권노갑(權魯甲)전의원도 조사받았다.

특조실 ‘손님’들은 대부분 가혹한 형사처벌을 면치 못한다. 그러나 때로는 ‘주인(검사)’도 권력이 ‘양날의 칼’이라는 것을 확인하곤 한다. 89년 DJ를 조사했던 서울지검 공안1부 안강민(安剛民·현 대검 형사부장)부장은 서울지검장을 지내고도 고검장 승진에서 탈락했다. 직접 신문했던 이상형(李相亨)검사도 대검 공안2과장에서 한직인 서울고검 검사로 자리를 옮겼다. 공교롭게도 이번 인사권자인 박상천(朴相千)법무부장관은 89년 DJ의 변호인이었다.

〈이수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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