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배구 사랑』현해탄 건너온 日 30대 「오빠부대」

  • 입력 1998년 1월 3일 20시 28분


“안뇽하세요. 저희들은 최천식 박희상을 조하합니다.” 서툰 한국어. 그러나 하는 양을 보면 영락없는 ‘오빠부대’다. 2일 잠실학생체육관. 98한국배구슈퍼리그 이날의 마지막 경기 대한항공 대 상무전. 3백여명도 채안되는 썰렁한 관중석에서 세명의 여인이 나란히 앉아 “최천식” “박희상”을 목청껏 외쳤다. 이들은 일본의 여성 배구팬들. 특히 대한항공 최천식과 박희상의 열렬한 팬들로 매년 슈퍼리그 때면 현해탄을 건너와 응원에 열을 올린다. 이들 중 한국배구를 제일 먼저 ‘사랑’하게 된 이는 나나베 미치요(34). 85년 도쿄에서 벌어진 월드컵배구대회. 이 대회에 출전한 한국대표팀 최천식의 잘생긴 용모에 반해 버린 그는 이후부터 팬레터와 선물 공세는 물론 틈만 나면 최천식의 경기를 보기 위해 한국을 들락거릴 정도로 골수팬이 됐다. 그의 고교 동창생인 가메이 사나에(34)에게도 ‘한국배구 사랑병’이 전염됐다. 가메이는 93년 월드리그를 TV로 시청하다 박희상에게 쏙 빠졌다. 도쿄의 중소기업체에 근무하는 이들은 모두 ‘싱글’로 틈틈이 돈을 모아 겨울철 한국에서 열리는 슈퍼리그를 관람하는 게 최고의 즐거움. 한국어 학원에서 1년 동안 공부해 인사말 정도는 할 줄 알게 된 나나베와 가메이는 이번에는 친구인 니시모토 구미코까지 대동, 세명이 함께 한국에 왔다. 이들을 만나고 싶으면 슈퍼리그가 끝날 때까지 대한항공의 경기가 벌어지는 체육관에 가보시라. 〈권순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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