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한국이 배출한 스포츠스타들이 해외에서 유난히 빛을 발한 한해였다. 프로야구의 박찬호(LA다저스)와 선동렬(주니치 드래건스)이 대표적인 예. 이들에게 가리긴 했지만 골프계에서 박세리(20·아스트라)가 일으킨 바람도 매머드급이었다.》
대학진학을 포기하고 프로에 뛰어든 첫 해인 96년 4승. 그러나 그가 「세계정상 정복」이 꿈을 품고 올초 미국으로 건너갈 때만 해도 「시기상조」라는 지적이 많았다.
지난 10월. 박세리는 미국LPGA 프로테스트를 1위(10언더파 2백78타)로 통과했다는 낭보를 전해왔다.
한국여자프로골퍼가 미국LPGA 프로테스트를 통과한 것은 지난 85년 구옥희에 이어 박세리가 두번째. 펄 신도 미국프로테스트에 합격했었지만 그는 당시 재미교포 신분이었다. 박세리의 1위는 첫 도전에서 이룬 것이라 더욱 놀랍다.
육상으로 다져진 1m68, 60㎏의 다부진 체구. 박세리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것은 골프에 대한 열정과 천부적인 재질, 전폭적 지원의 「3박자」가 어우러졌기 때문. 평균 2백60야드가 넘는 드라이버샷은 가히 세계적인 수준이지만 부족한 점은 코스매니지먼트.
올 한해 국내보다 훨씬 빠른 그린과 발목이 빠지는 러프에 당황했지만 이제 적응은 끝났다. 당초 올 연말 휴식을 위해 귀국할 예정이었던 박세리는 내년 미국LPGA에서의 「화려한 탄생」을 위해 어머니의 손맛이 담긴 된장찌개의 유혹도 포기했다. 전속계약사인 아스트라가 귀향 비행기표까지 끊어놨지만 박세리 자신이 거절한 것.
내년 1월16일 열리는 미국LPGA 98시즌오픈대회인 헬사우스대회는 그의 데뷔무대. 우리 다 함께 박찬호에 이은 「제2의 황색돌풍」을 기대해 보자.
〈안영식기자〉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