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첫쾌거 이규혁스토리]「빙상가족」이 일군 세계新

  • 입력 1997년 11월 7일 20시 09분


6일 한국 스피드스케이팅 사상 최초로 세계신기록을 세운 이규혁(고려대). 19세 미소년은 경기가 끝나자마자 가쁜 숨을 몰아쉬며 서울 집으로 전화를 했다. 『엄마, 내가 세상에서 제일 빠른 선수가 됐어요』 그는 허리가 불편한 아버지에게는 전문을 보냈다. 『이건 단지 시작일 뿐이니 너무 기뻐하지 마세요』 아버지 이익환씨(51)와 어머니 이인숙씨(41)는 아들이 낭보를 전해오리라는 것을 이미 느끼고 있었다. 자신들도 놀랄 정도의 자질, 여기에 연습벌레로 불릴 만큼 엄청난 훈련량이 언젠가는 세계의 벽을 뚫을 수 있으리라고 확신했었다. 이규혁의 부모는 모두 빙상인. 아버지는 60년대 한국빙상 최고의 스프린터였고 어머니도 피겨스케이팅 국가대표선수 출신. 아버지 이씨는 『내가 국내에선 1인자였지만 세계정상은 까맣게 멀어 보였는데 규혁이가 내 한을 풀어줬다』며 대견해 했다. 이규혁의 자질은 어려서부터 남달랐다. 빙상 명문 리라초등학교 피겨 코치였던 어머니를 따라 이 학교에 다니던 이규혁은 재미로 스케이트를 탔지만 전문 코치들에게 지도를 받는 친구들보다 늘 더 빨랐다. 그렇다고 부모가 붙들고 가르친 것도 아니었다. 어머니는 『지난 여름 처음으로 규혁이가 보약을 지어달라더라구요. 그게 저희가 해 준 모든 거예요』라고 말했다. 아버지는 3년전 그에게 노트북 컴퓨터를 사줬다. 선수는 늘 일지를 써야 한다며 컴퓨터에 매일의 훈련 성과 등을 적게 했다. 어쩌다 한번 아들이 집에 들르면 이씨는 충고를 아끼지 않았다. 중장거리에서 단거리종목으로 바꾸는 바람에 늘 뒤졌던 스타트도 아버지때문에 고칠 수 있었다. 이규혁에게도 고민은 있다. 『모든 사람들이 부모님의 피를 이어받은 내가 최고가 될 거라고 믿어요. 그게 너무 부담스러워요』 그가 지난해 독일 인젤에서의 전지훈련도중 쓴 편지의 내용이다. 이규혁의 동생 이규현(경기고)도 피겨국가대표선수. 이들 빙상가족의 꿈은 바로 내년 2월 나가노 동계올림픽 금메달이다. 〈김호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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