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고정밀 지도 국외 반출 허가… 생존 시험대 오른 韓 기업

  • 동아일보

뉴시스
미국 구글이 요구해 온 1대 5000 축척의 고정밀 지도 국외 반출에 대해 정부가 조건부 허가 결정을 내렸다. 2007년 구글이 해당 데이터를 처음 요청한 지 19년 만이다. 티맵, 네이버, 카카오 등이 주도하던 국내 지도 서비스 시장을 해외에 본격적으로 개방하게 된다는 의미다.

고정밀 지도는 북한과 대치 중인 우리의 핵심 군사 시설은 물론이고 반도체, 전력, 통신 등의 산업보안 시설까지 고스란히 드러난다. 해외 적대 세력에 넘어가면 곧바로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는 민감한 정보인 셈이다. 민간 기업인 구글의 요청에 정부가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었던 게 그래서다. 특히 국내법 적용이 어려운 해외 서버에서 해킹 등 보안 사고가 나면 손발이 묶여 즉각적인 조치가 어려울 수도 있다.

정부는 구글의 지도 반출을 허용하면서 여러 조건을 달았는데 가장 우선적으로 군사·보안 시설 이미지는 가리고 한국 영토에 대한 좌표 표시도 제한하도록 했다. 또 이 보정 작업을 국내 기업이 국내에 설치해 운영하는 서버에서만 하고, 이후 정부 확인을 거쳐 해외로 가져갈 수 있게 했다. 이는 구글이 반드시 국내에 서버를 직접 설치해야 한다고 했던 기존 입장에서 정부가 한발 물러난 것이다.

이번 ‘허용’ 결정에는 지속적으로 ‘비관세 장벽’ 해결을 요구한 미국 측 압박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우리 정부로서는 관세-무역 협상이 삐걱대면 자칫 한미 동맹 재조정과 안보 합의에까지 불똥이 튈지 모른다는 우려가 컸을 수 있다. 이에 미국 측 요구를 일부 수용하기로 가닥을 잡았고, 구글이 첫 번째 수혜 기업이 된 것이다. 문제는 이번에 빗장이 열린 만큼 앞으로 애플 등 다른 빅테크 기업들도 데이터 반출을 포함한 다양한 요구를 해올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플랫폼 기업들에는 완전히 새로운 경쟁 체제에 들어가는 신호탄이 될 수도 있다. 국내 기업들은 해외 기업들과의 경쟁이 덜한 ‘안전한’ 시장에서 쉽게 돈을 벌면서 상대적으로 첨단 기술 개발에는 더딘 속도를 보였던 측면이 있다. 자본과 기술로 무장한 빅테크들이 한국 시장을 자신들의 놀이터로 만들기 전에 국내 기업 스스로가 자율주행, 로봇, 드론 등 데이터 기반 산업 자생력을 서둘러 끌어올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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