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일본 총리가 21일 취임 한 달을 맞는다. 일본의 첫 여성 총리인 그의 인기는 뜨겁다. 앞서 3일 일본 민영방송 뉴스네트워크(JNN) 조사에서 다카이치 내각의 지지율은 82%나 됐다. 같은 매체의 역대 조사에서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郎) 전 총리 때(2001년·88%) 이후 두 번째로 높은 지지율이다.
직설적 발언 인기지만 우려도 커져
하지만 집권 자민당 지지율은 20%대에 머물고 있다. 다카이치 내각에 대한 높은 지지율은 총리 개인에 대한 관심과 인기가 크게 작용한 셈이다. 특히 총리의 진솔하고 직설적인 화법이 화제다. 그는 국회에서 여성의 건강 문제와 관련된 질문에 “나도 갱년기 증상이 있었다”고 밝혔다. 홈쇼핑 방송 관련 질문엔 “지금 신고 있는 신발도 온라인으로 샀다”고 답한다. 최고 권력자의 엄숙함을 벗어던진 솔직함에 정치에 무관심했던 젊은 세대들도 강한 지지를 보내고 있다.
하지만 다카이치 총리는 직설적 발언으로 인해 스스로 곤란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7일 국회에서 대만의 유사(有事·전쟁이나 재해 등 긴급 상황)시가 자위대를 파병할 수 있는 ‘존립 위기 사태’가 될 수 있다는 견해를 공개적으로 밝힌 뒤 중국의 거센 반발에 직면했다. 대만 문제 거론을 내정 간섭으로 보는 중국 측에선 “목을 벨 수 있다” “불에 타 죽을 것”이란 극언이 나왔다. 일본 관광 및 유학 자제령까지 내리며 보복 조치도 시작했다.
이러자 중국이 일본을 상대로 교류를 제한하는 ‘한일령(限日令)’을 내렸다는 평가도 나온다. 중국이 2016년 한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배치에 대한 보복으로 취한 ‘한한령(限韓令)’의 일본판이 시작됐다는 것이다. 한한령이 9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해제되지 않은 것을 감안하면 중국의 이번 대일 조치도 장기간 이어질 수 있다.
중국이 문제 삼은 ‘대만 유사시는 일본 유사시’란 발언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도 한 적이 있다. 2021년 12월 대만 국책연구원이 주최한 포럼의 화상 연설에서 “대만의 유사는 일본의 유사이며 일미 동맹의 유사”라고 했다. 하지만 퇴임 1년 3개월 지난 전직 총리의 발언이었다. 다카이치 총리 또한 지난해 자민당 총재 선거 TV 토론회에선 중국의 대만 해상 봉쇄 질문에 “존립 위기 사태가 될지도 모른다”고 에둘러 말했다. 하지만 총리가 된 후 국회에서 “될 수 있다”며 수위를 높인 것이다.
다카이치 총리의 해당 발언이 의도적인 건지, 실수인지 명확히 알기는 어렵다. 다만 일본에선 외교적 경험이 많지 않은 다카이치 총리의 직설적 발언이 외교적 리스크로 부각되고 있다. 역대 총리들이 ‘전략적 모호함’을 유지해 왔던 대만 문제에 대한 다카이치 총리의 강공에 일본 내에서조차 ‘신중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많다.
한일 관계 ‘돌발 발언’ 대비해야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전 제2차 세계대전의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에 참배해 왔고, ‘독도는 일본 땅’이라고 강조해 왔다. 일본 시마네현이 매년 2월 22일 여는 ‘다케시마(독도)의 날’ 기념식에 격을 높여 각료(장관)를 보내자고 한 적도 있다. 중국뿐 아니라 한국에도 강경한 자세를 보여온 것이다. 하지만 그는 총리가 된 이후 한일의 민감한 사안에 대해선 “적절히 대응할 것”이라며 확언을 피해가고 있다.
중일 간에 놓인 대만 문제처럼, 한일 사이엔 과거사 문제가 여전히 남아 있다. 자칫 어렵게 복원한 한일 관계가 이번 중일 관계처럼 민감한 사안에 대한 다카이치 총리 혹은 그 주변 인사들의 돌발 발언으로 흔들리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 한일이 현안에 대해 보다 적극적으로 소통에 나설 필요가 있다. 일본 측의 돌발 발언과 행동에 대한 대비책도 사전에 마련해 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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