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대학에서 배출된 박사학위 졸업자는 1만7673명. 이들 중 외국인 비율은 23.9%(4224명)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10%를 채 넘지 않았던 걸 감안하면 외국인 박사가 2배 이상으로 늘었다는 뜻이다.
늘어난 국내 대학원 박사 과정 정원은 외국인 학생이 채웠다. 국내 대학이 배출한 인공지능(AI), 로봇, 바이오 등 이공계 박사에서 외국인이 연간 1000명을 넘는다. 외국인 박사는 졸업까지 국제학술지(SCI급)에 평균 2편 정도 논문을 게재할 정도로 실력을 갖춘 인재가 많다. 학위를 마치면 절반은 모국으로 돌아가거나 취업, 연구를 위해 미국, 유럽 등으로 향한다. 나머지 절반가량만이 국내 대학, 연구소에 남는다. 이들도 일정 기간이 지나면 한국을 떠난다.
이들은 왜 한국에 남지 않는 것일까. 외국인은 학교를 졸업한 뒤 유학 비자(D-2)를 특정활동 비자(E-7), 거주 비자(F-2) 등으로 전환해야 안정적으로 체류할 수 있다. 2023년 기준 국내 유학생은 15만2094명이지만 같은 해 유학 비자를 특정활동 비자로 전환한 사례는 576명에 그친다. 전환 요건이 매우 까다롭기 때문이다.
평균 급여도 내국인과 비교하면 낮은 편이다. 내국인 이공계 박사 44%는 연 5000만 원 이상을 받는다. 반면 이공계 외국인 박사 30%는 연 소득이 2000만 원 미만이다. 5000만 원 이상을 받는 비율은 12%에 불과하다. 외국인은 박사후과정을 밟거나 연구교수, 연구원 등 비정규직으로 근무하는 경우가 많다. 승진 기회 제한, 연구용역 수주 한계 등도 한국을 떠나게 만드는 요인이다.
저출생으로 학령인구가 줄면서 고급 인재 확보는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국내 학생을 우수한 인재로 키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해외 인재를 유치하는 전략도 병행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최근 최우수 인재 유치 방안 중 하나로 ‘톱 티어’ 비자를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다만 글로벌 100위 이내 대학 석박사 학위와 글로벌 500대 기업 및 세계적인 연구기관 근무 경력 등 취득 요건은 높은 편이다. 이런 능력을 갖춘 인재가 과연 한국에 계속 남을지 의문이다.
보다 현실적인 방안이 필요하다. 비자 취득 요건을 더 낮춰서 매년 1000명 넘게 배출되는 이공계 외국인 박사만이라도 흡수해야 한다. 외국인은 상대적으로 국내 일자리 정보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지는 만큼, 아예 외국인 인재풀 등을 만들어 취업을 지원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장기적으로 외국인 유학생의 취업과 정착을 지원하는 기관 설립도 고려할 수 있다. 이런 노력을 더해야 국내 장학금으로 키운 고급 인재를 놓치지 않는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에 따르면 한국의 두뇌 유출 지수 순위는 2021년 24위에서 지난해 30위로 하락했다. 한국산업기술진흥원에 따르면 2032년 2차전지 등 5개 유망 신사업에서 석박사 출신만 1만685명이 더 필요할 것으로 전망됐다. 최근 10년간 국내 체류 중인 외국인 전문 인력은 4만∼5만 명대에서 정체를 보이고 있다. 국내에 들어왔던 고급 인력이 대부분 다시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이들이 계속 머무를 만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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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4-21 10:05:44
짱ㄱ깨 박사들을 왜 한국에 못 남겨 애쓰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