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52시간제로 R&D 성과 줄어”… 그런데도 예외조항 뺀다는 野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2월 17일 23시 27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박찬대 원내대표가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정책 디베이트 Ⅲ ‘행복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 반도체특별법 노동시간 적용제외 어떻게?’에 참석해 김태년 의원의 법안 설명을 들으며 대화하고 있다. 2025.2.3 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박찬대 원내대표가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정책 디베이트 Ⅲ ‘행복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 반도체특별법 노동시간 적용제외 어떻게?’에 참석해 김태년 의원의 법안 설명을 들으며 대화하고 있다. 2025.2.3 뉴스1
‘주 52시간 근무제’가 도입된 후 기업들이 운영하는 연구조직 4곳 중 3곳은 연구개발(R&D) 성과가 줄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신제품 개발, 품질 개선 등 혁신의 속도도 떨어지고 있다. 그런데도 더불어민주당은 반도체 분야 R&D 인력만이라도 주 52시간제의 예외로 인정하도록 하는 내용을 제외한 채 반도체특별법을 추진하기로 최종 입장을 정했다고 한다.

대한상공회의소와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가 부설 연구소, R&D 전담 부서를 둔 500여 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76%는 주 52시간제 시행 이후 연구개발 성과가 저하됐다. 절반 가까이가 신제품 개발의 혁신성이 떨어졌다고 답했고, 연구 인력의 역량 제고 등에 문제가 생겼다는 기업도 많았다. 전체의 절반이 넘는 54%는 R&D에 드는 시간이 길어졌다고 했다.

인공지능(AI), 정보기술(IT) 등 급격한 혁신이 이뤄지는 분야에선 첨단 신기술을 반영한 제품을 단 몇 주만 먼저 내놔도 시장을 선점하는 효과가 대단히 크다. 주 52시간제 적용 예외 논의가 반도체 분야에서 시작된 이유다. 이와 관련해 이달 초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관련 토론회를 직접 주재하면서 “특정 산업의 연구개발 분야 고소득 전문가들이 동의하면 예외로 몰아서 일하게 해주자는 게 왜 안 되냐고 하니 할 말이 없더라”고 했다. 이런 발언 때문에 산업계의 기대감이 커졌지만, 민주당이 어제 국회의 관련 법안소위에서 예외조항 신설에 반대하는 입장을 고수하는 바람에 논의는 난항을 겪고 있다.

어제 이 대표는 자신의 상속세 완화 주장과 관련한 ‘우클릭’ 비판에 “세상 바뀌는데 변하지 않는 게 바보”라고 했다. AI 전환, 중국의 추격으로 심각한 위기를 맞은 한국 반도체 기업들은 주 52시간제에 묶여 판을 뒤집을 기회마저 차단당하고 있다. ‘반도체의 거인’으로 불리던 미국 인텔 공장을 대만 TSMC가 인수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지금 글로벌 반도체 산업은 격변 중이다. 경쟁자들이 뛸 때 우리 기업을 기게 만드는 경직적 주 52시간제야말로 세상의 변화에 맞춰 바꿔야 할 제도다.


#주 52시간제#연구개발#R&D#반도체특별법#더불어민주당#인공지능#정보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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