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7차 변론기일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야당의 대통령 퇴진 시위를 언급하며 두 주먹을 쥐고 있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의 정당성을 강조하며 “국회에 예산안 기조연설을 하러 가면 아무리 미워도 이야기 듣고 박수 한번 쳐주는 것이 대화와 타협의 기본인데, 취임 이후 (야당은) 대통령 퇴진 시위를 하면서 의사당엔 들어오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헌법재판소 제공
12·3 비상계엄 선포 당일 윤석열 대통령이 국무총리와 장관 5명에게 먼저 연락해 대통령실로 소집한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 조사 결과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8시경 한덕수 총리와 조태열 외교부 장관, 김영호 통일부 장관, 박성재 법무부 장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게 직접 전화해 “아무에게도 얘기하지 말라”며 대통령실로 불렀고,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에게는 김용현 전 장관이 연락했다. 윤 대통령은 국무위원은 아니지만 조태용 국가정보원장에게도 참석을 지시했다고 한다.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 심의를 거치도록 헌법에 규정된 것은 사안이 중대한 만큼 대통령 혼자 판단하기보다는 국무위원들과 함께 숙의하라는 취지일 것이다. 그런데 윤 대통령은 국무회의 의결 정족수인 11명조차 채워지지 않았음에도 이들이 모이자 비상계엄을 통보했다고 한다. 제대로 된 국무회의를 할 생각은 처음부터 없었고, 자기 말을 잘 들을 것으로 생각되는 몇몇 장관만 불러서 시늉만 내려 했던 건 아닌지 의심되는 대목이다.
이에 한 총리가 문제를 제기하자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등 4명에게 뒤늦게 연락이 갔고 이들이 도착하면서 정족수는 겨우 채웠다. 하지만 국무회의 안건 번호조차 부여되지 않았고, 회의록이 작성되지 않은 데다 회의 시간도 5분 남짓에 불과했다.
그런데도 윤 대통령은 12일 열린 탄핵심판 변론에서 “국무위원이 대통령실에 간담회 하러 오거나 놀러 왔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국무회의는 분명히 열렸다고 주장했다. 이상민 전 장관도 실질적 국무회의가 있었다고 했다. 한 총리를 비롯해 참석자 대부분이 ‘정상적 국무회의가 아니었다’고 하는데, 윤 대통령과 이 전 장관만 ‘문제없다’고 우기는 형국이다.
이뿐만 아니라 계엄법 규정을 무시한 부분도 여럿 있다. 계엄 건의 과정에서 총리가 ‘패싱’됐고, 국무회의 심의 없이 계엄사령관이 임명됐으며, 계엄 선포를 공고하는 과정도 생략됐다. 계엄 선포가 요건에 부합하는지는 차치하고 그 절차부터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단 얘기다. 이런데도 이번 계엄이 정당하다고 억지를 부릴 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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