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전쟁이 15개월 만에 휴전에 돌입했다. 하마스가 억류한 인질과 이스라엘이 수감 중인 팔레스타인 포로 간에 교환도 진행되고 있다. 현재 합의된 내용은 인질 34명과 포로 2000명이다. 비율로는 50 대 1이 넘는다. 이것이 중동 평화의 아름다운 선례가 된다면 축하할 일이다.
그런데 왠지 불안하다. 2011년 이스라엘 군인 1명과 팔레스타인 포로 1000명을 교환하는 통 큰 교환이 있었다. 이때 석방된 인물이 이번 인질 사태를 주도한 야흐야 신와르였다. 제2의 신와르는 분명 다시 나타날 것이고, 이스라엘 강경파들은 이 교환의 부당성을 무기로 삼을 것이다.
이를 모를 리가 없는 이스라엘 정부가 왜 이런 교환에 동의했을까? 미국의 종전 압력 때문일까? 그 이유가 가장 크겠지만, 이스라엘도 숫자 비율만큼 손해를 보는 건 아니다. 어차피 하마스는 약해졌다. 석방된 인물들은 하마스의 빈자리를 채우는 새 피이면서 옛 피이다. 생존자들과 귀환자 간에 권력 투쟁이 발생한다.
이번 전쟁에서 이스라엘은 무서운 정보력과 타깃 제거 능력을 보여줬다. 하마스는 정보 누설에 예민해져 있다. 수감 중에 이스라엘에 포섭된 인물도 있을 것이다. 없다고 해도 그런 의심을 피할 수 없다. 의심이 커지고 내분이 생기면 정보가 새고 전향자가 나온다.
이스라엘로서는 이제 팔레스타인의 통치술을 두고 고민해야 할 단계이다. 팔레스타인 정파 간 내분은 엄청난 호재이다. 아니 이런 내분이 없다면 통치 자체가 불가능할 수도 있다. 하마스도 이를 안다. 그렇기 때문에 배신자와 스파이 색출에 더 열중할 것이다. 충성심을 증명하려면 더 극단적이고 더 강경한 행동을 해야 한다. 그럴수록 이스라엘은 강경파를 소탕하고, 온건파를 강경파와 분리시켜 조종하기가 더 쉬워진다. 아니면 이스라엘은 이 포로들을 이용한 하마스 정권 재창출 시나리오를 짜고 있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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