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들과 너무 다른 의사들[오늘과 내일/장원재]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3월 7일 23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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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바둑알 시위’에 부모들 자녀 결석으로 호응
대화 거부하며 무기한 병실 떠난 전공의와 대조적

장원재 정책사회부장
장원재 정책사회부장
8일이면 대형병원 전공의(인턴, 레지던트)가 병원을 이탈한 지 18일째가 된다. 2020년 집단휴업(파업) 때 전공의들이 무기한 파업을 진행했던 기간과 같다. 당시와 다른 건 정부와 전공의 단체 간 대화가 전혀 이뤄지지 않는 것이다.

4년 전만 해도 박지현 당시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대위원장은 요구사항을 들고 국회 및 정부와 수차례 간담회를 가졌다. 대한의사협회(의협)와 함께 정세균 국무총리,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등을 만나며 사태 수습을 위해 머리를 맞대기도 했다.

반면 이번에 대전협은 지난달 20일 △필수의료 패키지와 의대 2000명 증원 전면 백지화 △열악한 수련 환경 개선 △정부의 부당한 명령 철회 및 사과 등 7가지 요구사항을 발표한 후 침묵을 지키고 있다. 박단 현 대전협 비대위원장도 정부의 대화 요청에 일절 응하지 않으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가끔 근황을 밝히거나 언론 인터뷰에 응하는 수준이다.

의협 역시 “전공의 복귀는 전공의가 알아서 할 일”이란 입장이다.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이 전공의 5명을 만난 후 “명확하게 대표가 있고 그 대표에 의해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구조는 아닌 것 같다. 대화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답답함을 표시한 것도 사태를 누구와 어떻게 풀어야 할지 모르겠다는 뜻이다.

필자는 대화와 타협을 거부하며 버티는 전공의들을 보면서 지난해 거리로 나왔던 초등학교 교사들이 생각났다. 교사와 의사는 둘 다 국가에서 자격증을 주고, 나이가 젊어도 ‘선생님’이라는 존칭으로 불리는 직업이다. 둘 다 보살펴야 되는 학생과 환자가 있다.

지난해 7월 서이초 사건 이후 교사들은 토요일마다 거리에서 교권이 침해되는 현실을 고발했다. 질서정연하게 앉아 ‘바둑돌 집회’를 하고 집회 후 쓰레기를 치우는 모습을 보면서 ‘선생님은 다르다’는 말이 나왔고, 이들의 증언과 주장이 언론을 통해 확산되며 여론이 움직였다. 또 교사단체는 국회와 교육부, 교육청 간담회에 적극 참여하며 자신들의 의견이 반영된 교권보호 고시 및 교권보호 4법을 만들었다.

교사들이 지난해 9월 4일 ‘공교육 멈춤의 날’을 선언했을 때 부모 상당수는 자발적으로 자녀를 학교에 보내지 않았다. 고심을 거듭한 끝에 딱 하루 교실을 비우기로 했을 그 마음을 헤아렸기 때문이다. 결국 “수업에 빠지면 중징계하겠다”던 정부 방침도 백지화됐다.

당시 거리로 나섰던 교사 중 상당수는 지금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과 비슷한 또래다. 다른 점이 있다면 전공의들은 정부의 의대 증원 발표 후 제대로 된 대화나 협상, 토론 없이 너무 쉽게 무기한 환자를 떠났다는 것이다.

일부 전공의 사이에선 중국 정부에 저항하는 젊은이들의 ‘탕핑(躺平·누워서 아무것도 하지 않음)’으로 대응하겠다는 분위기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누워서 아무것도 안 한다고 세상은 바뀌지 않는다. 병실을 떠나기 전은 물론 떠난 후에도 상대와 대화하고, 여론에 호소하고, 내부 토론을 거듭하며 최선의 대안을 찾아야 한다. 그것이 애타는 마음으로 복귀를 기다리는 환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전공의 중에는 자녀가 있는 경우도 상당수다. 이들에게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해볼 것을 권하고 싶다. 교사가 교육 시스템이 불합리하다며 학생을 버리고 무기한 교실을 이탈한다면, 그리고 이후 대화를 일절 거부하고 누워만 있다면 이를 바라보는 학부모 기분이 어떻겠는가. 교사는 교실에, 의사는 병실에 있어야 비로소 ‘선생님’이라고 불릴 자격이 생기는 것이다.



장원재 정책사회부장 peacechaos@donga.com



#교사#의사#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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