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신광영]“韓 젊은 남성 70만~80만, 韓 여성과 결혼 힘들 것”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월 10일 23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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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출산을 앞둔 부부들 사이에선 아기 성별 공개 파티가 유행이다. 성별 관련 힌트를 풍선이나 케이크 안에 넣어두고 가족, 친구들을 불러 맞혀 보게 하는 이벤트다. 참석자들이 풍선을 터뜨려 분홍색 꽃가루가 나오면 딸, 자른 케이크의 단면이 파란색이면 아들을 뜻한다. 미국, 유럽에서 보편화된 ‘젠더 리빌 파티(Gender Reveal Party)’가 수입된 것인데 종주국의 방식은 조금 다르다. 예비 부모들이 산부인과에서 받은 성별 확인서를 열어보지 않고 있다가 친지들과 파티를 열어 깜짝 개봉한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문화가 확산되는 건 아기 한 명 한 명이 귀해져 성별에 상관없이 출산을 축하해 주는 세태가 반영된 것이다.

▷우리나라는 성비 불균형 국가란 오명을 벗은 지가 얼마 되지 않았다. 여아 100명당 남아 105∼107명이 태어나는 게 생물학적 정상 범주인데 이 수치가 1985년 110, 1990년대 116까지 치솟았다. 2000년대 들어 110으로 떨어졌다가 2010년쯤 정상으로 돌아왔다. 30년간 이어진 ‘남초 출산’이 어떤 부메랑으로 돌아올지 연구한 논문이 8일 학술저널 ‘컨버세이션’에 실렸다. 저자인 미국 텍사스A&M대 더들리 포스턴 교수는 1980∼2010년 한국에서 태어난 남성 중 70만∼80만 명은 한국인 여성과 결혼하기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성 한 명이 평균 6명을 낳던 1960년대에는 남아 선호가 더 뚜렷했음에도 성비가 균형을 유지했다. 문제는 1980년대 들어 출산율이 가파르게 떨어지는데 남아 선호가 교정되는 속도는 이보다 더뎠던 데 있다. 1, 2명만 낳을 거라면 아들은 있어야 한다는 인식이 상당 기간 지속됐다. 산아 제한 정책을 폈던 중국, 인도,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들도 이런 이유로 결혼 적령기 남초 현상이 심각하다. 중국은 남성이 여성보다 3400만 명이 많고, 인도에선 3700만 명이 많다.

▷넘치는 독신남은 사회적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 학계에선 치안이 불안해질 수 있다고 본다. 미국 컬럼비아대 연구 결과 중국에서 남자 성비가 1% 오르면 폭력·절도 범죄가 7%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1인 가구여도 남성은 여성에 비해 노후가 불안정한 경우가 많아 복지 부담을 가중시킬 가능성이 있다. 지방일수록 남초가 심하다 보니 남성들이 연애·결혼 기회를 찾아 수도권으로 몰리면 지방 소멸을 가속화할 수도 있다.

▷중국에선 원치 않게 독신으로 남겨진 남성들을 가리켜 ‘수동적 독신’이라고 칭한다. 이들 간에 신부 모시기 경쟁이 격해지면서 신랑이 신부에게 주는 지참금이 15년 새 100배나 뛰었다. 요즘은 3000만∼4000만 원이 예사라고 한다. 아들 쪽 부모들의 물량 공세로 ‘결혼 군비 경쟁’이란 말까지 생겼다. 저출산 늪에 빠진 우리나라에서도 2030세대의 남초는 남성들이 결혼에 기권하는 또 하나의 이유가 될 수 있다.


신광영 논설위원 neo@donga.com
#성비 불균형#수동적 독신#결혼 군비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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