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크랩을 잘 고르는 방법[김창일의 갯마을 탐구]〈105〉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2월 6일 23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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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일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사
김창일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사
좋아하는 음식 열을 꼽으라면 하나부터 열까지 해산물이다. 그중에서도 독도새우라 불리는 도화새우, 닭새우(가시배새우), 꽃새우(물렁가시붉은새우)와 대게, 킹크랩 등 갑각류가 주를 이룬다. 독도새우 3종 중에서도 가장 비싼 도화새우는 현재 시세로 kg당 30만 원을 넘고, 닭새우와 꽃새우는 12만∼18만 원 사이를 오르내리며 판매된다. 부담되는 가격이라 쉽게 먹기는 어렵다.

얼마 전 강연차 부산에 갔다가 기장시장을 둘러봤다. 영덕이나 울진의 여느 항구를 보는 듯 대게와 킹크랩을 판매하는 음식점이 시장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었다. 전쟁으로 판로가 막힌 러시아산 킹크랩과 대게 가격이 하락한 탓인지 수족관 앞은 사람들로 붐볐다. 두 종류 다 kg당 7만5000원으로 올해 초 12만∼13만 원에 비해 많이 내린 가격이라 지갑을 열기로 했다. 뭘 살까 고민하다가 종업원에게 수율을 물었다. 대게는 90%를 넘었고, 킹크랩은 80% 남짓이라고 했다. 살은 덜 찼지만 먹어본 지 오래된 킹크랩을 구매했다. 찜기에서 게가 익는 동안 종업원과 가벼운 대화를 이어갔다.

소셜미디어에 떠도는 에피소드 중에서 킹크랩 다리가 8개밖에 없다며 항의하다가 창피당했다는 사람들 이야기를 들려줬더니 손님 중에도 그런 경우가 있단다. 다리 1쌍은 퇴화해 등딱지 속에 숨어 있는 걸 모르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킹크랩은 대게, 꽃게, 민꽃게, 칠게 등 우리가 아는 일반적인 게와는 계통이 다르다. 소라게에서 수렴진화한 것이 킹크랩이다. 고래는 본디 어류와 전혀 다른 종이지만 헤엄칠 수 있는 형태로 적응한 결과, 물고기와 비슷한 외형을 갖게 된 것과 같은 이치다.

킹크랩을 구매하는 사람들을 유심히 관찰했더니 단체일 경우 예외 없이 종업원이 유도하는 대로 4kg 이상을 선택했다. 성인 1명에 0.8∼1kg 먹는 것으로 잡을 때 4명일 경우 4kg 한 마리보다는 2kg 두 마리를 사는 게 유리하다. 킹크랩은 성장하며 껍데기가 두꺼워지는데 전체 무게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살의 양에서 손해를 본다. 나는 아내와 둘이 먹을 거라 2kg짜리를 골랐다. 쇠꼬챙이로 입을 찔러서 짠물을 빼낸 후 찜기에 넣었다. 찌고 나면 수분이 빠져나가서 1.6kg 정도로 줄어든다. 다 먹은 후 껍데기 무게를 재면 700g 내외가 되니까 살의 무게는 900g가량으로 보면 된다. 실제로 먹을 수 있는 살의 양은 최초 수족관에서 꺼내 잴 때 무게의 45% 정도로 계산하면 된다.

수족관을 유심히 보면 계절에 따라 킹크랩 종류가 달라지는 걸 알 수 있다. 늦가을과 겨울에는 등딱지 가운데에 뿔이 4∼5개 달린 레드킹크랩(왕게)이 수입된다. 봄과 여름에는 등딱지 가운데에 6개의 뿔이 육각형을 한 블루킹크랩(청색왕게)으로 교체된다. 둘 다 암컷보다는 수컷이 맛있다. 암수 구별은 여타의 게처럼 배딱지가 뾰족한 삼각형이면 수컷이고, 둥글면 암컷이다. 배 부분이 깨끗하면 탈피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지저분해 보이는 걸로 고르는 게 좋다.

아내는 감탄하며 게살을 맛있게 먹은 후 내장 맛을 보더니 실망한 표정이 역력했다. 게 내장을 좋아하는 사람은 킹크랩이나 대게보다는 고소한 맛이 일품인 동해 북쪽에서 잡히는 털게나 남해안에 서식하는 왕밤송이게, 톱날꽃게(청게)를 추천한다.


김창일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사
#킹크랩#종류#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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