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덕의 도발]오염수 반일-반정부 선동 민주당, 국제망신이다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8월 25일 18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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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말은 참 잘한다. 24일 일본 후쿠시마원전 오염수 방류를 하루 앞두고 그는 “일본 핵 오염수 방류는 제2의태평양 전쟁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했다. 25일엔 “무책임한 윤석열 정권의 행태를 국민과 역사는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역사는 일본 정부와 기시다 내각을 반인류적 오염수 테러를 자행한 환경전범으로 기록할 것”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25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규탄 기자회견을 하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앞줄 왼쪽 두번째).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이재명의 말이 틀림없다면, 태평양 전쟁을 겪은 다른 나라들도 분연히 맞서야 마땅하다. 일본 후쿠시마 수산물도 절대 안 먹어야 한다. 정말 그런지 궁금해 구글 뉴스로 외신을 뒤져보았다.

우리나라가 일본과 가깝지만 후쿠시마는 일본 동쪽 해안 쪽에 있다. 일본이 진짜로 제2의 태평양 전쟁을 도발했다면, ‘오염수 핵폭탄’은 후쿠시마 해저터널로 방류돼 구로시오 해류를 만나 북태평양으로 흘러가선 미국 알래스카주, 캘리포니아주, 그리고 태평양 국가에서 먼저 터질 수밖에 없다. 오염수가 태평양을 한바퀴 돌아 우리나라 해역까지 되돌아오는데 4~10년걸리는데 아무리 일본이라도 해류까지 바꿀 순 없어서다. 이재명 말이 맞다면 말이다.

● 반대는 한국 야당과 중국, 북한뿐

조용했다! 구글 영문 뉴스에서 검색창에 ‘Fukushima’를 치면 ‘Fukushima wastewater’가 자동 완성되는데 주로 오염수 방류를 소개하는 내용이지 반대한다는 내용은 단 두나라, 중국과 한국 밖에 없다.

아…북한까지 치면 셋이다. 북한은 24일 오염수 방류가 인민 건강과 글로벌 환경에 해를 끼치는 ‘비인간적 범죄’라고 비난했다. 이재명의 논평이 북한과 거의 비슷하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는 각자 판단한 일이지만.

‘후쿠시마 핵발전소 오염수 방류에 대한 공포가 일고 있다’는 기사가 8월 5일 미국 공영방송 PBS에서 방영됐다는 게 있어 얼른 봤다. 대본을 읽어보니 일본 어부들이 수산물 수출을 걱정하는 가운데 “몇몇 인접 국가, 중국과 한국에서 오염수 방류 반대의 소리를 내고 있다”는 게 고작이었다. 그러면서도 “2년에 걸친 독립적 국제원자력기구(IAEA)보고서에 따르면 방류 계획은 국제안전기준에 부합한다”고 공영방송답게 친절한 해설을 덧붙여놓았다.

미국 PBS가 일본 및 인접국가인 한국, 중국의 오염수 방류 반대 여론을 다룬 기사. PBS 화면 캡처.


● 후쿠시마 수산물 금지는 5개국뿐

후쿠시마 오염수가 우리보다 먼저 닿는 미 국무부는 이미 2월 “우리는 IAEA가 옹호하는 핵 안전과 보안 기준을 지지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일본이 국제적으로 인정되고 원자력 안전 기준에 부합하는것으로 보이는 방식으로 처리수(오염수) 방류를 준비하는 데 따른 것”이라는 설명과 함께였다.

이 오염수는 태평양을 한 바퀴 돈다. 태평양 섬나라인 미크로네시아의 데이비드 파누엘로 대통령도 2월 일본을 방문한 자리에서 “우리나라는 일본의 의도와 기술력을 신뢰하기때문에 더 이상 이 문제에 대해 두려워하거나 우려하지 않는다“고 했다. 호주와 뉴질랜드도 오염수 방류에 반대하지 않는다. 저스틴 헤이허스트 주일 호주 대사도 23일 ”이번 방류가 사람이나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IAEA의 평가를 지지한다“고 했다. 뉴질랜드 나나이나 마후타 외무부 장관 역시 7월 “뉴질랜드 정부는 IAEA 보고서에 대해 완전한 신뢰를 갖고 있다”고 했다.

우리 정부는 우리 국민의 건강과 우려를 고려해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을 철통같이 막는 것을 몇 번이고 강조했다. 그러나 어쩌랴. 식품 규제에 까다롭기 그지 없는 유럽연합(EU)이 3일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지금껏 유지해 온 후쿠시마 현 등 일본산 식품 수입 규제를 폐지했으니. 식약처에 따르면 이제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을 막는 나라는 한국과 중국 홍콩 마카오 대만까지 달랑 5개국뿐이다. 이걸 과연 자랑이라고 해야할지, 북조선과 서조선 그리고 후기 조선 만세를 불러야 할지 모르겠다.

● 잼버리 화장실 수준의 민주당 주장

영국 BBC가 소개한 ‘한국은 어떻게 후쿠시마 물을 정치화 했나’ 기사를 보면 새만금 잼버리 화장실처럼 창피하다. “한국에선 일본과 관련된 모든 사안이 그렇듯 이번 사안도 격렬하게정치적 쟁점화 과정을 거치고 있다”는 첫 대목부터 이 영국 기자는 한국 야당의 속셈을 꿰뚫어 보는 듯하다.

정부는 오염수 방류를 거의 승인했고, 이 물이 안전하다는 것을 대중에게 설득하기 위해 기자회견도 열고 유튜브 동영상을 제작해 알리고 있는데, 야당은 격하게 반대하고 있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일본과의 긴장된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여 한미일 정상회담에 성공했으나 야당은 바로 이 관계를 위해 정부가 국민 건강을 해쳤다는 것이고, 정부에선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 야당이 국민을 겁박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보자. 중국과 한국의 민주당을 제외한 세계의 모든 나라에선 IAEA가 제공해준 독립적이고 과학에 기반한 기술 조언을 대체로 신뢰하고 있다. 그러면 답은 분명하지 않은가? 25일 와이셔츠를 입고 반대 시위에 나선 이재명과 민주당 일당들은 크게 실수한 것이다. 다음 번엔 거리에 나설 때는 부디 갓과 도포를 쓰고 나가시라. 그래야 후기 조선시대로 돌아간 당신들 주장에 조금은 귀를 기울일 수 있을 테니.

김순덕 대기자 dob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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