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칼럼/김기용]심상치 않은 중국의 전방위 사회 통제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4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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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사상부터 호텔 음식값까지 개입
외부와의 충돌 임박했다는 신호일 수도

김기용 베이징 특파원
김기용 베이징 특파원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전방위에 걸친 중국의 통제가 심상찮다. 공산당만이 통치하는 1당 독재이기 때문에 그러려니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장쩌민(江澤民) 후진타오(胡錦濤) 전 주석 시절과 비교할 때 통제 강도가 세졌다. 1당 독재를 넘어 ‘1인 독재’로 진행하며 나타나는 현상으로 보인다. 자유라는 측면에서 중국은 분명히 시대를 역행하고 있다.

중국공산당은 11일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글을 모은 ‘시진핑 저작 선독’을 전국 모든 대학에서 사상 교재로 사용하라고 지시했다. 두 권으로 된 이 책은 시 주석이 당 총서기가 된 직후인 2012년 11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했던 주요 발표나 저술 등을 담았다.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는 “모든 대학은 이 책을 사상 학습 교재로 삼아 ‘시진핑 신시대 중국특색사회주의 사상(시진핑 사상)’이 두뇌에 들어가도록 더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시 주석에 대해 “마르크스주의 정치가, 사상가, 전략가로서 역사를 주도적으로 이끄는 정신을 갖췄다”며 “비범한 용기, 탁월한 지혜, 강렬한 사명감으로 당과 국가 발전을 위한 심오하고도 과학적인 판단을 했다”고도 했다.

같은 날 중국공산당은 전국 모든 호텔과 대형 연회장에 가격 1500위안(약 29만 원) 이상인 음식을 관리, 감독하겠다고 밝혔다. 공무원이 불시에 호텔 등을 방문해 음식 가격이 적정한지, 가격을 올리기 위해 음식을 과도하게 제공했는지 판단하겠다는 것이다. 문제가 있을 경우 벌금 부과, 영업 정지 같은 강력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29만 원보다 비싼 음식은 팔지 말라는 경고다.

검열도 갈수록 강화되고 있다. 최근 중국 일부 홈쇼핑 방송에는 남성이 여성 속옷을 입고 나온다. 당국이 선정적이라는 이유로 란제리 등을 입은 여성 출연을 검열하기 때문이다. 타오바오 같은 중국 최대 인터넷 쇼핑몰에도 검열을 피하기 위해 여성 속옷을 입은 남성 사진이 올라온다.

‘곰돌이 푸’도 여전히 수난이다. 곰돌이 푸는 시 주석을 풍자할 때 자주 쓰이는 캐릭터다. 중국은 한때 곰돌이 푸를 금지어로 지정할 정도로 민감하게 반응했다. 지금은 금지어까지는 아니지만 검열 대상이다. 지난달 23일 홍콩에서는 영국 영화 ‘곰돌이 푸: 피와 꿀’ 개봉이 돌연 취소됐다. 홍콩의 모든 영화관이 동시에 상영을 거부한 것이다. 이 영화를 만든 감독은 “뭔가 불가사의한 일이 일어났다”며 “영화관들이 하루 새 똑같은 결정을 내렸는데 아마 우연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사회 통제가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하지만 최근 거의 모든 분야에서 강화되는 것은 중국 국내 정치와 대만을 둘러싼 국제 정치가 묘하게 맞물려 돌아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시 주석은 중국 건국 이후 최초로 올해 국가주석 3연임에 들어갔다. 27년간 종신 집권한 마오쩌둥도 못 한 일이다. 내부 불만이 없을 리 없다. 지난해 “시진핑 퇴진” 구호까지 나온 중국 대학생들 ‘백지 시위’도 이 같은 불만의 연장선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대만을 둘러싼 미중 갈등은 갈수록 첨예해지고 있다. 서방 국가들도 점점 중국 견제와 압박에 가세하고 있다. 중국으로서는 내부 불만을 다스리지 않고서는 외부 대응이 어려울 수 있다. 중국 내부 통제가 강화되는 것이 외부와의 충돌을 대비하는 전조로 해석될 수 있는 이유다. 그것은 세계 많은 국가가 우려하는 대만 침공이 될 수도 있다. 한국에도 선택의 시간이 곧 닥칠 수 있다.

김기용 베이징 특파원 kky@donga.com
#중국#전방위#사회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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