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인태 “상대 악마화로 거저먹으려 해… 6共 정치체제 수술해야”[파워인터뷰]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3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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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인태 전 민주당 의원

노무현 정부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 더불어민주당 3선 의원 등을 지낸 유인태 전 의원이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인근 한 사무실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유 전 의원은 “나라는 선진국이 됐는데, 정치는 여전히 4류”라며 “극단적 대립 정치를 극복하기
 위한 정치 개혁 없인 나라의 미래가 없다”고 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노무현 정부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 더불어민주당 3선 의원 등을 지낸 유인태 전 의원이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인근 한 사무실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유 전 의원은 “나라는 선진국이 됐는데, 정치는 여전히 4류”라며 “극단적 대립 정치를 극복하기 위한 정치 개혁 없인 나라의 미래가 없다”고 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국민의힘이 대선 승리 1년 만에 윤석열 대통령 ‘직할 체제’를 완성했다. 당정 일체의 기치 아래 노동, 연금, 교육 등 ‘3대 개혁’ 이행에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이들 개혁 과제는 세대와 계층 그리고 여야 간에 첨예한 갈등이 불가피한 사안이 대부분이다. “관철하겠다”는 여당과 “막겠다”는 야당은 각각 지지층 결집을 시도하며 세 싸움에 돌입했다. 대화와 타협, 협치에 대한 기대는 요원하다. 오히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올 한 해 여야 관계는 더욱 피폐해질 가능성이 높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쓴소리를 해 온 유인태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75)은 이 같은 극단적 대립 정치에 대해 “정치가 작동하지 않는 나라에 미래가 있을 수 없다”며 “국민의 대표 기관인 국회가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방법을 반드시 찾아야 한다. 의원들이 사활을 걸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무현 정부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 민주당 3선 의원을 지낸 유 전 의원을 만나 정치 양극화와 팬덤 정치의 문제점, 그리고 그가 구상하는 해법을 들었다.》

●“대통령 일일이 개입하면 협치 멀어져”
―국민의힘이 ‘윤석열 당’으로 재탄생했다는 평가다. 여당 전대 어떻게 봤나.

“21세기 들어와서 이런 전대는 처음 봤다. 대통령실이 나서서 경쟁 후보들 주저앉히고 억지 춘향으로 만든 당 대표가 리더십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을까. 대통령과 엇박자를 내고 반대로 가는 여당은 없다. 여당은 당연히 자신들이 만든 정부를 성공시키기 위해 노력한다. 대통령실이 국회와 당의 사안에 대해 일일이 판단하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당 지도부와 대통령실 참모 중 누가 더 정치를 잘 알겠나. 여야가 합의한 사안에 대해 대통령실이 개입하는 순간 협치가 깨진다. 그럼 국회는 있으나 마나 한 것 아닌가.”

―국정 성과를 위해 당정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일 필요가 있지 않나.

“5년 임기 대통령제에서 집권 2년 반이 지나면 새로운 동력이 안 생긴다. 윤 대통령에게는 지금이 국정 성과를 내기 위한 황금기다. ‘3대 개혁’ 얘기하는데, 국회와 민심의 협조 없이는 하나도 할 수 있는 게 없다. 그래서 야당과의 협치가 필요한 것이다. 설령 국민의힘이 총선에서 승리해 과반 의석을 가져간다고 해도 마음대로 할 수 없다. 민주당도 그랬다. 민심이라는 게 있다.”

―다음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과반을 얻을 수 있을까.

“민주당은 윤 대통령만 믿고 있다. 지금처럼 하면 국민의힘은 어렵다. 강성 지지층의 생각은 다르겠지만 다양성이 보장되는 정당이 건강한 정당이다. 국민의힘이 잘되려면, 개혁보수도 일정한 지분을 가지고, 당론을 정하는 과정에 그들의 의견을 일정 부분 반영하는 것이 필요하다. 다른 얘기 하면 쫓아내고, 내부 총질로 규정하는 정당은 잘될 수 없다.”

●“이재명 대표 리더십이 근본 문제”
―민주당도 위기 아닌가. 무엇이 근본적인 문제라고 보나.

“역시 이재명 대표의 리더십이다. 대선 패배 직후 당 안팎의 만류에도 인천에서 출마하고, 불체포특권 폐지하겠다고 공약한 뒤 말을 바꿨다. 리더십이 생길 수가 없다. 비명계도 검찰이 너무한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친명계가 ‘오랑캐가 쳐들어온다’며 모두가 단합해서 싸워야 한다고만 주장할 건 아니다. 유능한 검사들이 저렇게 오래 수사하고도 아직 기소를 못 하고 있다. 법리적으로 따져볼 만한 부분이 꽤 있다. (체포동의안이 또 들어오면) 이 대표가 불체포특권을 포기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맞다. 약간 모험을 하더라도 사법 리스크를 정면 돌파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래야 리더십도 생기는 것 아니냐. 설령 구속되더라도 지금 처지보다는 명분이 있을 것이다.”

―개딸 등 극단적 지지층에 민주당이 지나치게 휘둘리는 것 아닌가.


“강성 팬덤의 폐해가 극에 달했다. 극단적 목소리에 당이 이끌려 가면 필패다. 국민의힘도 황교안 대표 때 태극기부대에 당이 끌려갔기 때문에 어려워졌다. 민주당이 ‘조금박해’(조응천 금태섭 박용진 김해영 등 소장파 의원 모임)를 수용했다면 지금보다 훨씬 무서운 정당이 됐을 것이다.”

―친명과 비명 계파 갈등이 심각하다. 해법은 없을까.

“개딸도, 수박으로 찍힌 그룹도 헤어질 결심하고 각자 깃발 들고 민심의 심판을 받으면 된다. 각자 당을 하면 된다. 지금은 기호 1, 2번 공천을 받지 않으면 생존이 어려우니까 공천받겠다고, 주도권 쥐겠다고 서로 싸우는 것 아닌가. 국민의힘도 마찬가지다. 유승민 전 의원, 이준석 전 대표와 소위 태극기부대와 영합하는 사람들하고 같은 당 동지라고 하는 게 말이 되나. 유 전 의원, ‘조금박해’ 같은 의원들이 당을 달리해서도 생존할 수 있도록 선거제도를 바꿔야 한다.”

―선거제도 개편이 안 돼도 당을 나가 독자세력을 만들 수 있을까.

“그건 어렵다고 본다. 지금은 당에서 벗어나는 순간 생존이 안 된다. 그래서 다당제로 갈 수 있는 선거제도 개편이 필요하다. 민주당은 중도 친화적인 인사들과, 개딸로 통칭되는 강성 인사들과 각각 의석을 나눌 수 있다. 국민의힘의 개혁적 인사들도 마찬가지다. 정치 생태계를 먼저 바꿔야 한다.”

●“선거제도 개편 없으면 나라 미래 없어”
―다당제가 되면 정치 문화가 바뀐다는 근거가 있나.

“1990년 3당 합당 이전 노태우 정부 때 국회는 그 어느 때보다 합의 처리가 많았다. 지금으로 말하면 협치가 이뤄졌다. 노태우 전 대통령과 김영삼 김대중 김종필 3김이 정치적으로는 경합했지만 서로 양보하고 타협하면서 첨예한 국민적 갈등을 국회가 앞장서서 해결했다. 5공 청문회가 대표적인 예다. 국회에 대한 열화와 같은 국민의 지지가 있었다. 국민이 국회를 혐오하는 지금과는 달랐다. 의원들이 거리에 나가면 사인 요청을 받을 정도였다.”

―같은 제도인데 왜 이렇게 달라졌나.

“1987년 이후 36년이 지났다. 노태우 전 대통령부터 윤 대통령까지 8명의 대통령을 뽑았다. 그사이에 소선거구제와 양당제의 폐해가 쌓였다. 정치 혐오가 낳은 포퓰리즘인 반(反)정치주의에 진보와 보수 모두 찌들어 있다. 당 대표와 최고위원들이 아침마다 하는 회의 공개 발언도 거칠고 저질스럽기 그지없다. 각자 잘하기 경쟁을 해야 하는데 상대를 망가뜨리고 악마화해서 거저먹으려 한다. 그러다 보니 과거에 비해 의원 개인들의 수준은 높아졌는데 정치 불신은 더 심해졌다. 국회는 국민의 갈등과 갈증을 풀어주고 해법을 도출하는 역할을 하는 곳이다. 경제가 잘되더라도 정치가 안 되는 나라에 미래가 있을 수 있겠나.”

―선거제도가 바뀌면 문제가 해결될까.

“근본 원인은 선거제도다. 제도가 바뀌면 ‘정치 교체’가 가능하다. 대한민국은 선진국이 됐는데, 정치는 여전히 4류다. 다당제가 대통령 중심제와 맞지 않는 부분이 있지만 6공화국 정치 체제에 대한 근본적인 수술을 해야 할 때가 온 거다. 윤 대통령도 현행 소선거구제는 답이 아니라고 했다. 국회를 다당제로 바꾸는 정치 개혁을 이뤄낸다면 윤 대통령의 최대 치적이 될 것이다.”

―중대선거구제가 양당의 기득권을 고착시킬 것이라는 의견도 많다.

“꼭 중대선거구제로 못 박을 필요는 없다. 다양한 방법이 있을 수 있다. 예로 들자면 서울을 4개 권역으로 나눠서 의석 일부는 중대선거구제로, 나머지는 소선거구제로 뽑자는 의견도 있다. 경우의 수는 수백 가지가 나올 수 있다. 다당제로 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면 된다.”

―지역구가 없어지는 의원들이 생긴다.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결국 국회의원들이 결심할 수밖에 없다. 23일 국회 본회의에서 ‘선거제 개편’을 위한 전원위원회가 구성되고 27일부터 전원위가 열린다. 다수가 선택한 안에 따르겠다는 선언을 하고, 최소공배수를 찾아야 한다. 국민의 정치 불신이 해소되지 않으면 나라의 미래는 암담할 뿐이다. 어느 때보다 좋은 기회가 왔다. 선거제도 개혁에 국회가 사활을 걸어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의원들의 애국심이 필요하다.”


길진균 논설위원 leon@donga.com
#유인태 전 민주당 의원정치 양극화#팬덤 정치의 문제점#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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