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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횡설수설/우경임]공무원 점심시간 휴무 논란

입력 2022-12-08 03:00업데이트 2022-12-09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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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시 정각 우르르 점심 먹으러 떠나는 사람들 속에서 나는 꿋꿋이 자리를 지킨다. 민원대 공무원이기 때문이다.’ 1990년대생 공무원이 콘텐츠 플랫폼 ‘브런치’에 연재한 ‘공무원 표류기’를 보면 점심시간에 민원대를 지키는 고충이 잘 그려져 있다. 빈자리를 메우려 빠릿빠릿하게 움직여야 하고, 일부러 시간을 냈는데 긴 줄에 발을 동동 구르는 민원인의 항의도 거칠다. 차라리 도시락을 싸오는 게 편하다. 직장인의 하루 중 점심시간만큼 귀한 시간은 없다. 민원대 공무원의 고달픔이 공감되는 까닭이다.

▷내년 4월부터 대구시 8개 구군이 시범적으로 공무원 점심시간 휴무제를 도입한다. 그런데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이 당장 내년 1월부터 전면 시행하라고 압박하면서 갈등을 빚고 있다. 공무원의 점심시간은 낮 12시부터 오후 1시이고 근무시간에 포함되진 않는다. 지금도 점심을 거르는 공무원은 없다. 시군구청과 읍면동 행정복지센터 공무원은 민원 응대를 위해 교대로 점심을 먹을 뿐이다. 전공노는 “공무원도 밥 먹을 권리가 있다”며 점심시간에 아예 민원실을 닫자고 한다.

▷공무원 점심시간 휴무제는 2017년 경남 고성군에서 처음 시행됐다. 현재 전국 시군구 50여 곳으로 확대됐다. 이 지자체 공무원들은 되레 업무효율이 높아졌다고 주장한다. 점심시간이면 근무 인원이 줄어 민원처리 속도가 느리고, 담당자가 없는 업무 처리에 애를 먹는 현상이 사라진 덕분이다. 무인민원발급기나 전자민원서비스가 보급돼 실제 민원인들의 불편함이 크지 않다고 한다.

▷하지만 여론은 싸늘하다. “점심시간만 쉬지 말고 쭈욱 쉬세요.” 무인발급기가 점심시간에만 작동하는 것도 아닌데 결국 잉여인력 아니냐는 반응이다. 이참에 공무원을 줄이라는 여론이 들끓는다. 특히 직장인은 점심시간이 아니면 민원서류를 발급하기 어렵다. 무인발급기나 인터넷에 익숙지 않은 어르신들도 헛걸음을 해야 한다. 게다가 전공노는 무인발급이 되지 않는 여권·세무 부서까지 점심시간에 업무를 중단하자고 한다. ‘워라밸’이 중요해진 사회적 문화를 감안하더라도 점심시간 교대근무조차 어렵다는 데는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공무원들은 마음 편히 점심 한 끼 먹자는데 냉정한 여론이 야속할 터다. 그러나 공무원에겐 개인의 안락함을 희생하는 공복(公僕)으로서의 직업윤리가 요구된다. 점심시간에 민원실을 직접 찾는 사람들일수록 사회적 약자일 가능성이 높다. 회사에 매여 있거나 하루 벌어 하루 살기에 기껏해야 점심을 거르고 짬을 낼 수밖에 없는 사람들, 직접 상담을 받아야 하는 복지 수요자들, 무인발급기 앞에서 문맹이 되는 고령자들이다. 이들의 점심시간도 귀하긴 마찬가지다.

우경임 논설위원 wooha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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