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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오늘과 내일/김용석]혁신 없이 요금만 오르는 택시

입력 2022-11-26 03:00업데이트 2022-11-26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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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시장의 실패와 배달시장의 성공
혁신시장 만드는 데서 경제 운명 갈린다
김용석 산업1부장김용석 산업1부장

4월에 만난 택시기사 A 씨의 해법은 명쾌했다.

“대한민국에선 택시가 대중교통이라 요금을 못 올려요. 돈이 안 되는데 젊은 사람들이 배달기사를 하지 택시를 하겠어요? 개인택시는 노인 기사분들이라 밤엔 안 나와요. 그나마 열심히 하겠다는 사람도 있긴 한데 30년 된 구닥다리 ‘부제’라는 게 있어서 매일 영업을 하지도 못하게 해놨어요. 택시가 잡힐 리가 없죠.”

현장에선 진작부터 답을 알고 있었는데 정부는 ‘택시대란’이라고 욕을 진탕 먹고 나서야 비로소 요금 인상과 부제 해제를 골자로 한 정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A 씨의 말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나는 벤티(대형승합택시 서비스) 하려고 준비 중이에요. 손님들도 좋아하고 벌이도 좋고, 매너 좋은 손님들 모실 수도 있고, 여러모로 좋거든.”

서비스를 차별화하고 수익도 늘리고 싶은 택시기사의 욕망이 있다. 돈을 더 내더라도 좋은 서비스를 받겠다는 승객의 욕망도 있다. 그런데 정부 대책에는 요금 인상만 있을 뿐, 이들 욕망을 시장으로 풀어갈 해법이 보이지 않는다. ‘타다’를 죽이고, ‘우버’를 내쫓을 때에도 시장을 고려하지 않았다. 택시대란이 재연될 연말을 앞둔 소비자들은 결국 서비스 품질은 그대로인 채 요금만 더 내는 상황을 맞게 됐다.

그래도 우리는 택시를 탈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대안이 없으니까. 카카오 같은 대기업도 답답함을 토로한다. 자기 이름을 내건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품질을 원하는 만큼 높이지 못하니 욕만 먹는다. 이젠 택시를 안 한다 해도 욕먹는다. 택시 플랫폼은 자율주행차, 도심 항공 모빌리티(UAM) 같은 혁신 서비스로 연결될 유용한 관문이지만 대중교통 정책 틀 안에서 확장 기회를 찾기 어렵다. 결국 시장 관점에서 택시는 실패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





반면 음식 배달시장 분위기는 다르다. 배달료 부담을 호소하지만 여전히 수요는 줄지 않는다. 일하는 시간을 조절할 수 있고 벌이도 괜찮은 배달기사 일자리에 사람이 몰린다. 수수료, 광고비 부담에 자영업자 불만이 많지만 자세히 보면 그 안에서도 역동적인 변화가 있다.

과거엔 좋은 상권, 목 좋은 자리를 잡지 못한 식당은 불리했지만 배달시장에선 달랐다. 뒷골목, 좁은 가게의 불리한 여건을 극복하기 쉽다. 그만큼 절감된 부동산 임대비용은 자본이 부족한 창업인들의 시장 진입 문턱을 낮췄다. 작고 강한 식당들이 등장하면서 소비자 선택 폭이 넓어지는 선순환이 이뤄졌다. 혁신 덕분에 참여자 이익 총량이 늘고 시장도 커진 셈이다.

차이는 어디에 있었을까. 첫째, 택시는 요금만 오른 반면 배달은 단건 배달 등으로 고객 경험을 바꾸며 가격 선택을 다양화했다. 소비자 수용도가 높다. 둘째, 배달시장에선 배달의민족에 도전하는 쿠팡이츠로 경쟁이 활발했던 반면 택시시장은 그렇지 못했다. 셋째, 배달시장에선 혁신 저항이 상대적으로 약했다. 기존 이익단체와 규제 권한을 가진 정부가 막아선 택시시장과 달리 배달시장 기존 이해관계자(이를테면 과거 배달시장을 독식했던 중식집이나 피자집)는 기득권을 챙기지 못했다.

혁신은 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수용하거나 도태되거나 둘 중 하나다. 우리는 혁신 선도국가가 될 것인가, 갈라파고스가 될 것인가. 혁신을 어떻게 맞이하느냐로 미래가 갈린다. 단순히 택시와 배달시장 성패에 그치지 않는, 국가 경제의 운명을 좌우하는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김용석 산업1부장 y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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