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km 달리기, 필라테스… 번아웃 탈출한 천재소녀[김종석의 굿샷 라이프]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1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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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디아 고는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통해 슬럼프에서 벗어났다. 요가나 필라테스도 즐겨 하고 있다. 사진 출처 리디아 고 인스타그램
리디아 고는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통해 슬럼프에서 벗어났다. 요가나 필라테스도 즐겨 하고 있다. 사진 출처 리디아 고 인스타그램
김종석 채널A 성장동력센터 부장·전 동아일보 스포츠부장
김종석 채널A 성장동력센터 부장·전 동아일보 스포츠부장
리디아 고(25)는 얼마 전 강원 원주시에서 끝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BMW챔피언십에서 시즌 2승째를 올린 뒤 눈시울을 붉혔다. 한 해에 두 번 이상 우승은 19세 때인 2016년 이후 6년 만이다. 서울에서 태어나 6세 때 뉴질랜드 이민을 간 그가 원하던 고국에서의 첫 승을 이룬 감격도 컸다. 올 시즌 평균 타수와 올해의 선수 부문에서 모두 1위에 올라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리디아 고의 10대 시절은 화려했다. 10년 전 15세로 LPGA투어 정상에 처음 선 뒤 이듬해 프로로 전향했고 2015년 세계 랭킹 1위에 올랐다. 이때 나이 18세. 10대에 수집한 LPGA 우승 트로피만 15개에 이른다. 최초, 최연소 기록 제조기였다.

20대 들어 3년 가까이 무관에 그치며 부진했다. 너무 어린 나이에 성공 가도를 질주하다가 정신적 에너지가 소진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BTS도 비슷한 이유로 활동 중단까지 선언했다. 이 같은 번아웃은 유명인만 해당되는 건 아니다. 7월 동아일보와 한 설문 플랫폼이 20∼60대 남녀 156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34.7%, MZ세대의 43.9%가 번아웃을 겪었다.

안지현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번아웃이 오면 피로감, 무기력감, 공감 능력 저하, 냉소, 의욕 상실, 흥미 저하, 이유 없는 잔통증 같은 증상을 보인다”고 말했다. 천재 운동선수들은 우승과 본인을 동일시하는 경우가 많다는 게 안 교수의 분석. 리디아 고는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올인한 뒤 허탈감에 빠졌다.

번아웃에 대한 해법은 뭘까. 업무나 성취의 기준을 현실적으로 정하고 과정을 중시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의 조언이다. 건강한 식단, 꾸준한 운동 등 생체리듬을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는 루틴을 만들거나, 하루 10분 산책, 하루 한 번 식물 살피기, 매일 감사일기 쓰기 등 작지만 반복적인 성취를 통해 자기 효능감을 키우는 방법도 좋다.

리디아 고 역시 “작은 목표에 집중했다. 결과가 아니라 어떤 부분을 향상시킬 수 있을지에 몰입했다”고 말했다. 가령 해마다 페어웨이 안착률과 그린 적중률을 모두 70% 이상 기록해 보자는 식이다. 몸은 더욱 단단히 만들었다.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고 단백질을 보충하는 식이요법으로 근육량을 7kg 늘렸다. 매일 아침 10km를 달리고 요가, 필라테스로 근력과 유연성을 강화했다. ‘워라밸’을 중시하고, 쉴 때는 K팝을 비롯한 다양한 음악을 즐기며, 독서와 신앙생활로 마음의 안정을 찾았다.

우보천리(牛步千里)다. 조급함은 떨치고 천천히 끈질기게 걸어야 멀리 갈 수 있다. “큰 그림을 한번에 그릴 순 없잖아요. 눈에 보이는 것부터 하나하나 채워가려 합니다.” 미소를 되찾은 소띠 리디아 고의 얘기다.

김종석 채널A 성장동력센터 부장·전 동아일보 스포츠부장 kjs0123@donga.com
#10km 달리기#필라테스#번아웃 탈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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