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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제 잘못을 모르는 정치인은 국민에게 버림받는다[김형석 칼럼]

김형석 객원논설위원·연세대 명예교수
입력 2022-09-23 03:00업데이트 2022-09-23 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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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자기 잘못 인정 안 해 정권 내줬지만
‘노란봉투법’ 등 추진하며 그릇된 방향 이어가
국힘도 자신 희생해 새 열매 맺는 변화 보여야
김형석 객원논설위원·연세대 명예교수
어느 국가나 정권이 바뀔 때마다 뒤따르는 과제가 있다. 새로 출범하는 정부가 더 좋은 미래를 위해 지난 정권을 반성, 비판하고 정책적 선택을 한다. 선진 국가일수록 안정된 정책을 국민들이 계승했기 때문에 혼란과 변화가 적다. 그러나 후진 국가나 정치인들의 수준이 낮은 나라일수록 시련과 고통을 국민들이 치르는 것이 보통이다. 심지어는 같은 정당에서 정권이 바뀔 때에도 새 정부의 책임자들이 이전 정권의 정책과 행정을 폄하 부정해 자신들의 인기와 지지를 높이려는 어리석은 과오를 범한다. 국민보다 정권을 위하는 정치인들은 물론 때로는 새로운 대통령의 인기와 명예를 앞세우는 저속한 폐습도 있다.

지금 우리는 문재인 정부에서 윤석열 정부로 새 출발하는 초창기를 맞았다. 무엇을 보충, 계승할 것이고, 시정과 개혁이 필요한 정책이 무엇이며, 거부하고 폐기하기를 원하는 국민들 요청이 무엇인가를 결정하는 시점에 직면하고 있다. 그것이 국민들의 권리이며 새 정부의 의무이다.

문재인 정부는 출발 초창기부터 ‘촛불혁명’이라는 기치를 표방했다. 그것은 과거 정부가 해온 모든 정책과 방향을 모두 개혁하거나 폐기해야 한다는 선언이다. 그 목표의 중심이 적폐청산의 과업이었다. 사람도 우리 편이어야 하고 정책도 우리 이념에 따라야 한다. 거부하거나 반대하는 정치인이나 국민은 우리 편이 아니기 때문에 국책과 정책에서는 함께할 수 없다고 보았다. 반(反), 비(非)민주적인 방향과 방법을 선결과제로 삼았다.

물론 그런 사고는 지나치게 좁은 견지(見地)의 발상이라고 평할 수 있다. 물론 사상의 다양성은 어디에나 있는 법이다. 그러나 국민들은 그런 방향과 정책적 선택이 자유민주주의를 위한 대한민국 헌법과 선진국의 이상은 물론이고 유엔 정신과 일치하는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 책임자들의 발언과 사상에서는 회의를 넘어 비판이 불가피함을 느끼게 된다. 심지어는 누구도 용납할 수 없는 역사 왜곡과, 인간과 역사의 기본 가치와 질서인 진실과 정의의 가치까지 아전인수 격으로 이끌어가는 현실은 더 이상 용납할 수가 없었다.

그 결과로 탄생한 것이 윤석열 정권이다. 그 당시의 야당인 ‘국민의힘’은 아니었다. 새로운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국민의 애국적인 욕구였다. 문 정권과 민주당의 반성과 자중(自重)적인 자세, 그리고 ‘우리의 잘못’을 인정했다면 윤 정권은 태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 사태는 지금도 민주당 안에서 계속되고 있다. 작년 말에는 언론통제법을 통과시킨다고 해서 국내외의 우려를 자초한 적이 있었다. 작금에는 ‘노란봉투법’ 문제를 재론하는 상황이다. 박정희 대통령은 자신이 공산주의를 체험했기 때문에 노동조합을 억압했다. 좌파노조는 정권을 쟁취할 때까지는 파업을 계속하지만 정권을 장악한 후에는 절대로 파업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영국의 대처 총리는 노조의 권한을 축소시키지 못하면 경제성장이 불가능하다는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노조 약화 정책을 감행해 영국 경제를 회복시켰다.

이와 같은 것이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경제 문제 해결의 선결과제가 되었다. 노사는 대화와 협력으로 노사 모두가 행복해지는 기업체를 만들고, 그 기업을 통해 부한 나라가 된 후에야 국민 전체가 경제 혜택을 누린다는 것이 결론이다. 한국 경제는 집단이기체인 노조 때문에 파국에 도달하게 된다. 투쟁해서 이기는 것이 목적이라는 개념과 사상은 경제 성장의 가능성까지 스스로 파국으로 몰아갈 뿐이다. 그런 실책은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잘못된 방향과 자세를 시정하거나 책임지지 않으면 국민들은 민주당을 떠나게 된다.

민주당만이 아니다. 국민의힘도 대선 전까지는 자주성과 생명력을 갖추지 못했다. 그 현상은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그런 정당이 아니다. 여당의 기존 세력은 윤 정권과 함께 새로 태어났다. 국민의힘은 밀알이 땅에 떨어져 썩어서 새로운 열매를 맺는 변화를 감당해야 한다. 개인의 이권이나 권력의 희생이 있어야 정당으로서의 기능을 되찾을 수 있다. 정권을 위한 정당을 넘어 국민을 위해 미래를 개척할 수 있어야 한다. 윤 정권은 그 모범을 보여주는 선구자가 되기를 바란다. 그런 대통령과 뜻을 함께하는 정치인과 국민이 대한민국의 주인이 된다.

김형석 객원논설위원·연세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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