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볕더위에도 강아지풀이 쌩쌩한 이유[서광원의 자연과 삶]〈59〉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8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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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광원 인간자연생명력연구소장
서광원 인간자연생명력연구소장
한여름 이글거리는 태양을 누가 이길 수 있을까? 땀샘이 없는 개들은 혀를 쭉 내밀어 달아오르는 몸속의 열을 내보내고, 야생의 호랑이들은 물속으로 첨벙 뛰어든다. 덩치가 작아 몸이 쉽게 달아오르는 다람쥐들은 아예 그늘진 땅바닥에 큰 대(大) 자로 ‘뻗는다’. 얼핏 보면 죽은 게 아닌가 싶지만 네 발을 좍 편 채 온몸으로 열을 식히는 그 나름의 피서법이다.

움직일 수 없는 탓에 꼼짝없이 열기를 고스란히 받아내야 하는 식물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런데 예외가 있다. 무슨 일 있느냐는 듯 쌩쌩하게 서 있는 풀이 있다. 단단한 나무도 아니고 약하기 그지없는 풀인데도 말이다. 도시 길가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강아지풀이다. 강아지 꼬리를 닮았다는 그 강아지풀? 맞다.

남들이 모두 힘들어할 때 멀쩡하다는 건 대체로 남들이 가지고 있지 못한 능력을 갖고 있다는 뜻인데, 이 흔하디흔한 풀이 무슨 능력을 갖고 있어 천하의 호랑이도 어쩌지 못하는 땡볕 더위를 이기는 걸까?

비결이 있다. 이들은 다른 많은 식물들과 다른 고성능 광합성 장치를 갖고 있다. 고성능 장치? 그렇다. 알다시피 식물은 빛과 땅속에서 끌어올린 물, 그리고 잎의 기공을 통해 흡수하는 이산화탄소로 광합성을 해 삶에 필요한 에너지를 얻는다. 강아지풀은 이 장치를 한 차원 높게 업그레이드했다. 쉽게 말해, 회사에서 어떤 일을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특별 부서’를 따로 두는 것과 비슷한 장치를 개발한 것이다. 관다발초세포(유관속초세포·bundle sheath cells)가 그것이다.

보통 고온 건조한 날씨가 되면 식물들은 수분을 잃지 않기 위해 잎 뒷면에 있는 기공을 닫는다. 하지만 이러면 수분은 보존할 수 있지만 광합성에 필요한 이산화탄소를 얻을 길이 막힌다. 이런 시간이 길어질수록 내부 상황이 나빠진다. 이산화탄소는 계속 줄어드는 반면, 광합성 과정에서 생기는 부산물인 산소를 배출하지 못하다 보니 생산성이 떨어져 축 늘어지는 것이다. 우리에게 산소는 필수지만 식물에겐 유해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럴 때 별도 공간에서 전문 팀이 가동된다면 어떨까?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강아지풀이 개발한 장치가 이것이다. 그 덕분에 웬만한 땡볕 더위 정도는 너끈하다.

1차 처리 과정(탄소고정)에서 탄소 4개를 만들어낸다고 해서 C4 식물이라고 하는 이들은 낮은 이산화탄소 농도에서도 광합성률이 높다. 전체 식물의 5∼10% 정도에 불과한데, 사탕수수, 옥수수 등도 이런 능력을 갖고 있다. 벼와 함께 자라는 피가 농부들을 괴롭히는 것도 벼가 갖고 있지 못한 이런 능력을 갖고 있어서다. 언제 어디서나 차별화된 능력을 개발하는 건 쉽지 않지만, 개발하기만 하면 삶이 특별해지는 건 만고의 진리다. 이글거리는 태양 앞에서도 쌩쌩한 강아지풀처럼 당당할 수 있다. 그러니 오갈 때마다 다시 보자. 강아지풀!



서광원 인간자연생명력연구소장


#불볕더위#강아지풀#고성능 광합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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