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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사설]줄줄 새는 건보재정 손봐서 빈사 직전 ‘필수의료’ 살리라

입력 2022-08-20 00:00업데이트 2022-08-20 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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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집무실에서 조규홍 보건복지부 차관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고 있다. 조 차관은 장관이 공석인 만큼 업무보고에 대신 참석했다. 2022. 08. 19. 대통령실 제공
보건복지부가 어제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서울아산병원 간호사 사망 사건과 같은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생명과 직결된 필수의료 투자를 늘리겠다고 밝혔다. 방만한 건강보험 지출을 재조정해 뇌동맥류 개두술 같은 위험도가 높은 분야나 소아과 산부인과 등 저출산으로 적자가 심한 분야에 집중 지원하는 대책을 이르면 다음 달까지 마련한다는 내용이다.

한국은 적은 의료비로 암 사망률을 최저로 유지하는 ‘가성비’ 높은 의료 선진국이지만 필수의료 쪽 진료 체계는 붕괴 직전이다. 벌이가 좋고 시간 여유가 있는 일명 ‘피안성정’(피부과 안과 성형외과 정형외과)에는 의사들이 몰리는 반면 돈은 안 되고 업무 강도와 소송 위험만 높은 ‘내외산소’(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는 의사가 없어 진료에 차질을 빚고 있다. 머리를 여는 고난도 수술 비용과 쌍꺼풀 재수술 비용이 비슷할 정도로 왜곡된 의료수가 체계 탓이다.

소아청소년과는 올해 전공의 확보율이 30%도 안 된다. 소아응급실을 24시간 운영하는 곳은 전국 상급병원 96곳 중 40%에 불과하다. 분만을 포기하는 의사들이 늘면서 분만 가능한 병원이 2003년 1373개에서 지난해 474개로 쪼그라들었다. 한 해 배출되는 외과 전문의는 30년 새 거의 반 토막이 나 10년 후면 맹장이 터져도 응급 수술이 어려울 수 있다고 한다.

그동안 필수의료를 고사시키는 비정상적인 의료수가 체계를 개편해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지만 정부는 이번 간호사 사망 사건처럼 문제가 불거지면 해당 분야의 수가만 인상하는 식의 땜질 처방으로 사태를 악화시켜 왔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의료의 위험도와 중요도에 따라 수가 체계를 전면 재설계해야 필수의료 인프라 붕괴를 막을 수 있을 것이다.

건보 재정 투입의 우선순위도 점검할 필요가 있다. 필수의료 분야는 재정난을 호소하는 반면 보험 혜택을 주는 진료 분야를 대폭 확대한 ‘문케어’ 도입 이후 자기공명영상(MRI) 촬영 건수가 2배 넘게 늘어났다. 감사원에 따르면 이렇게 불필요한 검사에 지출된 건보 재정이 3년간 1600억 원이 넘는다. 건보지출 개혁으로 재원을 마련해 필수의료와 의료 취약지역의 투자를 늘려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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