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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오늘과 내일/이진영]만 5세 초등 입학 쌍수 들고 환영했던 ‘그들’

입력 2022-08-11 03:00업데이트 2022-08-11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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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전 “본격 검토하자”던 민주당
왜 대안없이 “당장 철회” 주장하나
이진영 논설위원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만 5세로 낮춘다는 정부 발표에 맘카페가 뒤집힌 건 이해할 수 있다. 역대 정부마다 검토해 왔다지만 국정과제에도 없던 정책을 밑도 끝도 없이 ‘2025년 시행 추진’이라고 시기까지 못 박았으니 체감도가 다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이 “당장 철회하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건 5년 전 상황을 돌아보면 이해하기 어렵다.

학제개편을 주장해온 대표적 정치인은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다. 그는 전 국민의당 공동대표 시절이던 2017년 2월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도 학제개편을 제안했다. 유치원 2년 과정을 의무화하고, 만 5세에 초등학교에 입학해 5년, 중학교 5년, 진로탐색 또는 직업학교 2년을 다닌 뒤 17세엔 졸업하도록 하자는 내용이었다.

이에 우상호 당시 민주당 원내대표는 “상당히 의미 있는 제안”이라며 “지금의 학제는 일제강점기에 만들어져 시대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다”고 했다. 또 “안 의원의 학제개편안은 교육 전문가들이 이미 주장해온 안이니 국회에서 본격적으로 검토하자”며 새누리당(현 국힘)에 적극 동참을 촉구하기까지 했다. 당시 국회에서는 취학연령을 1년 앞당기는 학제개편과 선거연령을 만 18세로 낮추는 방안을 연동해 논의하고 있었다. 같은 민주당이라면 이번 개편안에 대해 졸속 추진은 비판하더라도 공론화를 주장해야지 철회를 요구할 일은 아니다.

학제개편을 하려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기저귀 떼자 벌어지기 시작하는 사회 격차를 줄여보자는 취지다. 유치원 취원율은 서울도 60%가 안 된다. 대학 등록금의 2∼5배 되는 영어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들이 있는가 하면 월 20만∼30만 원대인 사립유치원 비용도 부담돼 어린이집에 가는 아이들이 여전히 많다. 정부가 만 5세부터 무료로 책임지고 돌봐주겠다고 하면 반길 부모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이보다 더 근본적인 이유는 쪼그라들고 늙어가는 인구 구조다. 지금의 학제는 인구가 증가하던 시기엔 작동했지만 총인구는 이미 정점을 찍고 내리막길로 접어든 상태다. 생산가능인구(15∼64세) 비중이 2060년이면 48.5%로 폭락하고, 잠재성장률도 22년 후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꼴찌가 된다. 그래서 온갖 저출산 대책과 함께 나온 것이 일하는 기간을 늘리자는 아이디어다. 노무현 정부는 직장 생활을 시작하는 입직 연령을 2년 앞당기고 퇴직은 5년 늦추는 ‘인적자원 활용 2+5 전략’을 발표했다. 이런 큰 틀에서 만 5세 취학이 검토된 것이다. 국회예산정책처도 입직을 1년 앞당기면 첫아이 출산 확률이 1.9%포인트 높아진다며 2020년 학제개편을 제안한 바 있다.

과거 정부는 취학 연령을 낮추면 한 해 두 개 학년을 수용해야 하는 수십조 원의 부담 때문에라도 엄두를 못 냈다. 그런데 지금은 교사와 교실을 늘릴 필요가 없을 정도로 출생아 수가 급감하고 있다. 조기 입학이 싫다면 유치원 교육 의무화로 유아기 격차를 줄이고, 고교 직업교육을 내실화하는 한편 고졸과 대졸 취업자 간 임금 격차를 해소해 입직 연령을 앞당기는 방법도 있다.

취학연령 조정으로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학부모나 유아단체가 거리로 나오는 건 그럴 만하다. 하지만 나라의 장래를 내다봐야 하는 정치인들까지 하루살이처럼 시위에 편승해 정치적 재미를 보려는 행태는 설익은 정책으로 혼란을 야기한 정부만큼이나 무책임하다.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지금이라도 ‘상당히 의미 있는 제안’에 대해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하기 바란다.

이진영 논설위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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